매일신문

한나라당, 보혁갈등 재연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관련된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에서 보혁갈등이 표면화됐다. 김원웅 의원이 지난 11일 TV 토론회에서 "단순한 보복응징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과 연계해 봐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보수파들이 15일 의원총회에서 반발했고 이 와중에서 이회창 총재의 경고성 질책도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 주엔 김 의원과 이부영 부총재 등 개혁파들이 안택수.김용갑 의원 등 보수파들의 대정부 질문내용을 문제삼아 이 총재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15일 의총에서의 논란은 권기술 의원이 김 의원을 겨냥,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언론매체에서 당 이름으로 나갔을 때는 당론을 따라야 하는데 일부 의원이 보복공격이 잘못이란 등의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며 징계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할말이 있다"며 단상을 향했으나 상당수 의원들이 "집어치워" "가만히 있어" 라는 등의 야유를 퍼부었고 급기야 하순봉 부총재가 단상 앞에서 김 의원을 몸으로 막기에 이르렀다.

소란이 계속되자 이 총재가 "당 총재는 그냥있는줄 알아"라고 호통친 뒤 김 의원에게 "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 간단히 얘기해 봐"라며 발언권을 줬다.

김 의원은 "TV 발언에 오해가 있는 것같다"면서도 "문제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세계전략, 왜곡된 중동정책에 있다"는 등 소신을 꺽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김 의원 발언은 전적으로 잘못"이라며 "테러는 친미나 반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론에 반하는 견해를 표출하는 것은 당원의 본분에 반하는 행위"라며 "밖에서 함부로 얘기하면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콩가루 집안처럼 비쳐진다"고 거듭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장내를 정리했다. 당내에서는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이 개혁파의 돌출행동에 대한 경고는 물론 보수파들에게도 당내 화합에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양측간 갈등은 물밑으로 가라앉은데 불과할 뿐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이 총재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서봉대기자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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