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15일은 긴장상태였을 듯 싶다. 가는곳마다 '고이즈미 돌아가라'는 등의 데모대의 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레 외국원수가 방한하면 가게돼 있는 국회방문 일정이 취소돼 '정치연설'의 불발 상황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7시간 반의 한국체류시간 과거사에 대한 관련발언은 한국민들에게 되레 반감(反感)만 부채질한 감도 없지않다. 백번을 둘러봐도 거의 '빈손'으로 왔다가 교묘하게 책임을 피해간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0..일본총리의 '사무사(思無邪)'라고 방명록에 적은 구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스럽다. 좋게 얘기해서 의아스럽지, 조금은 격한 표현도 적당할 성 싶다. 일제의 침략과탄압의 상징인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 역시전시관을 둘러보고 쓴 글이 '마음에 사악함이 없다(思無邪)'라니 과거사(過去史)에 대한 반성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란 생각도 들게 한다. 우리민족에게 고난을 가한 가해자측의 총리가 역사현장에서 이런 표현은 적당한 선택이 아니다.
0..'시삼백(詩三百),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 사무사(思無邪)'(시 삼백편을 한마디로 말하면 거짓과 간사함이 없는 것이다). 평소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사무사(思無邪)는 시경(詩經)을 두고 공자(孔子)가 내런 평이라고 한다. 시경은 기원전 1000~600년사이 주(周)나라의 시를 모은 최고(最古)의 시가집인 동시에 서경(書經), 역경(易經)과 함께 삼경으로 꼽힌다. 한참후에 공자가 시 3천여편중 풍속교화와 백성들의 성정(性情)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될만한 글을 골라 350여편으로 개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시경의 시들이 백성들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0..이 사무사(思無邪)라는 표현을 애국지사들의 고통현장에서 쓸 수있도록 결과적으로 터를 마련해준 정부에게 고운 시선이 갈리가 없다. 사과한다는 단정적인 표현은 커녕 '사악한 마음'없이 어쩌다가 그렇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뻔뻔함에 우리는 할말도 잊는다. 서대문 독립공원의 시설도 '사과의 마음으로 둘러봤다'고 했다. 총리의 신분으로서의 사과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사과의 마음'이라는 얘기고 보면 고도의 언어유희다. "서로 반성…" 발언도 논란빚자 수정하는 꼴은 역시 '가깝고 먼나라'의 확인이다. 이래저래 당한 꼴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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