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공포 지역으로 확산

미국 항공기·탄저균 테러 여파로 우리사회도 갖가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장난성이나 모방범죄의 의심을 사는 '건물 폭파위협 전화', '흰색가루' 신고가 속출, 우편물 확인 소동이 일거나 대형건물 출입을 꺼리는 '테러 증후군'이 국민적 우려를 낳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50분쯤 대구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우체국 물류과에서 우편물을 분류하던 직원 이모(32)씨가 LG캐피탈 상품선전 홍보물 겉면에 손바닥 크기의 흰색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우편물 분류작업 중단사태가 빚어졌고, 시민들이 우체국에서 대피하고 군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군.경은 이날 현장에서 수거한 흰색가루의 성분을 정밀조사한 결과 흰색가루는 비닐봉투끼리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파우더인 것으로 판명났다.

이날 오후 6시35분쯤 대구시 서구 중리동 중리주유소 종업원 한모(54)씨가 주유소 세차장에 '007가방'이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경찰의 확인 결과, 이 가방은 열쇠수리업자 김모(49)씨의 공구가방으로 밝혀졌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14일에 이어 또 다시 흰색가루가 발견돼 당국을 긴장시켰고, 15일에는 울산시 동구 울기공원에 다량의 흰색가루가 뿌려져 있다는 신고로 군.경이 합동 조사를 펼친 소동끝에 밀가루로 판명나기도 했다.

14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 112지령실에 대구시청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으며, 전국에서 '건물폭파 위협 전화', '흰색가루' 및 수상한 물건 신고가 잇따라 관계당국을 당혹케하고 있다.

시민 김모(36.동구 방촌동)씨는 "미국 탄저균테러 이후 매달 받아보는 우편물 봉투를 꼼꼼히 살펴본다. 큰 건물에 들어갈 때도 공연히 주위를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비디오가게 주인 박모(31)씨는 "5년전에 나온 아웃브레이크라는 비디오가 전에는 찾는 사람이 아예 없었으나 탄저균 테러공포이후 하루 5개꼴로 대여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청의 경우 행정 우편물 분류시 봉투겉면에 이물질이 묻어있는지를 확인하고 있고, 구청 출입 차량에 대해서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의 테러증후군은영웅심리나 모방심리에 의한 것 같다. 본인은 장난기로 협박전화를 걸지만 사회적 피해는 엄청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16일 오후 6시30분쯤 부산지하철 1호선 사하역 승강장에서 700g들이 백색가루 4봉지가 발견돼 군.경이 긴급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봉지 겉면 제품설명서에 '석고가루'라는 표지가 있는 점으로 미뤄 일단 탄저균은 아닌 것으로 추정했으나, 군 당국은 만일에 대비해 지하철 승강장 일대에 대해 제독작업을 벌이고 성분 분석에 들어 갔다.

이날 소동으로 지하철 승강장에 대기하던 승객들이 대피하기도 했으나 지하철 운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또 이날 밤 10시쯤 반송동 주택가에서도 백색가루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확인 결과 가루 색깔이 연한 녹색이고 매운 냄새가 나는 등 탄저균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