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는데 체중이 줄어든 것은 물론 정신까지 맑아졌습니다".
대학생 김관식(26·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2년 전 172cm 키에 80kg의 체중이 부담스러워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육류와 어류를 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기를 먹고싶은 '참을 수 없는 욕구'로 한 두번 고기를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기 냄새만 맡아도 역겨울 정도.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족의 만류와 함께 일상적인 불편함이 뒤따랐다. "스님이 되려고 하느냐"며 부모님으로부터 원성을 들어야 했고, 음식점에서 된장찌개 하나 주문을 해도 고기류를 빼달라는 당부를 잊지말아야 했다.
"생선까지 끊기가 어려워 고민하던 중 PC통신의 채식동호인 모임을 통해 '죽어가는 생선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듣고 서서히 끊기 시작했죠".
채식주의 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된 김씨는 요즘 대구지역에서 채식동호회 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밥(쌀밥)에 고깃국'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의 식생활은 풍요로운 식탁과 서구적인 미각으로 기울어가는 추세 속에 한편에서는 채식주의가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채식 인구는 일부 종교인들까지 포함해 대략 40만~5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채식을 하는 타이완(臺灣)에 비하면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채식 동호회 모임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고 인터넷 공간에도 채식 관련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더욱이 광우병이나 구제역 등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는 세기적 역병과 유전자 조작식품 등에 대한 우려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서울에는 시골생활건강식당, 뉴스타트건강식당, SM채식뷔페 등 채식 전문식당만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대구에는 보수적 성향의 탓인지 채식전문식당이 한 곳 있었으나 얼마 전 주인이 무농약 농사를 짓기 위해 대구를 떠나는 바람에 현재는 전문식당이 전무하다.
다행히 지역의 채식주의자 30여명이 조만간 푸른생명채식연합회 지역 모임을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역에도 채식동호회가 조직화할 전망이다.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성인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생명과 생태계 보호 차원이란 철학과 윤리적 이유에서, 명상과 수련 차원에서 육식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은 암이나 고혈압, 심장병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며 산림훼손이나 식수오염 등의 환경 문제를 낳고 있어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말 못하는 소중한 생명을 살육하는 육식문화는 너무나 반(反)생명적이라는 것.
채식전문가들에 따르면 쇠고기 한 근을 먹기 위해선 7kg의 곡물과 콩, 1만t의 물이 필요하며 1천350kg의 콩과 옥수수는 22인분의 식사량이 되지만 소에게 먹여 고기나 우유를 얻을 경우에는 한 사람이 먹을 양에 불과하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에서 4년 동안 채식전문 '솔잎식당'을 운영했던 모씨(이름을 밝히길 꺼림)는 "채식만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며 자신은 음식에 멸치 가루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의 초등학교 4학년인 딸도 단체급식을 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가며 채식을 계속 하고 있다고.
채식주의자들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고 식생활의 대안을 찾는 '운동'으로서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채식에 도움될 단체와 책
△PC통신 하이텔 채식동호회(go vega또는 http://forum.hitel.net/clu b/vega/)△PC통신 천리안 채식동호회(go vege)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채식모임(http://www.veg.or.kr)
△푸른생명 한국채식연합(http://www.vegatus.or.kr)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대안(代案)적 삶을 살았던 자연친화론자인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씨 부부가 미국 버몬트주의 산골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살면서 그들의 식생활을 소개한 책. 가공된 곡물 대신 현미와 통밀을 먹었고 생야채와 과일 등으로 식사의 절반을 채우며 소식했던 그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채식에 관심있는 사람에겐 좋은 실용서이면서 상생의 삶을 생각하게 해주는 철학서이다.
△'더이상 먹을게 없다'=독일 '슈피겔'의 편집인이었던 한스 울리히씨가 지은 책.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는 오염된 식품을 예시한다. 이 뿐만 아니라 가축사료의 위험성, 유전자조작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자연친화적 유기농법을 통한 식량만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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