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 막걸리가 사라졌다. 그 자리는 중국쌀이 차지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값이 더 싼 수입밀에 밀려, 지금 팔리는 대부분의 쌀막걸리는 '중국쌀+수입밀' 막걸리로 변했다.
대구.경북지역 막걸리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UR협상 결과로 1995년부터 최소시장 접근(MMA) 분 수입쌀이 의무적으로 수입되자 말자 막걸리 원료에서 우리 쌀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포항 연일합동탁주 관계자는 "국산쌀을 쓰고 싶어도 가격이 비싸 채산성이 안맞는다"고 했다. 대구탁주 김승대 지배인은 "쌀 술 소비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우리 쌀은 가격 때문에 쓸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 쌀은 20kg당 4만원 정도 하지만, 중국쌀은 1만5천원 정도면 된다는 것.
이렇게 가공용으로 선호되면서 외국산 쌀은 1995년 이후 작년까지 수입된 339만섬 중 지난 8월 기준 재고량이 92만6천섬에 지나지 않고 올해도 98만6천섬(14만3천t)이 12월쯤 수입될 예정이나 가격이 오히려 더 낮아져 곧바로 모두 소비될 것이라고 농림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반면 우리 쌀은 청주.민속주 등의 원료로만 소량 사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쌀막걸리 원료를 놓고는 중국쌀과 수입밀이 저네들끼리 경합을 벌여, 지금은 밀가루가 상당한 비중을 확보했다. 포항의 양조장 2개에선 쌀 30%에 밀가루 70%를 혼합해 쌀 막걸리를 생산 중이며, 안동 한 양조장 역시 쌀.밀가루를 반반씩 사용하고, 다른 상당수 양조장도 쌀막걸리 중 쌀 비율을 20~50%로 하는 알려졌다.
안동 풍천양조장 관계자는 "20kg당 1만5천~2만원하던 수입쌀 값이 요즘 1만원까지 떨어졌지만 밀가루 값은 8천원밖에 안한다"고 말했다.
수입쌀.수입밀 두 가지 원료로 각각 쌀막걸리와 밀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대구탁주의 매출 중에서도 밀막걸리 소비 비중이 70%에 달한다고 김승대 지배인은 전했다. 이 회사가 지난 9월 한달간 막걸리 제조에 쓴 원료는 수입쌀이 37t, 수입 밀가루가 162t이었다는 것.
나아가 막걸리용 누룩 역시 수입밀로 만들어져, 업계에선 "물 말고는 완전한 외제"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전국 4개 누룩공장 중 하나인 상주곡자 오종석씨는 "국산 밀은 채산성이 없고 안정적인 공급도 어려워 누룩을 수입밀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호주밀 수입량은 매년 230만~240만t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3천~4천t뿐 이라고 농림부 관계자는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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