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페인 행정낭비, 치안공백만 불러

지난 26일 대구 서구청은 공무원, 경찰, 주민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범구민 기초질서 지키기 자율실천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기초질서를 지키자'라는 어깨띠를 두르거나, 푯말을 들고 홍보지를 배포하며 1시간 동안 가두 캠페인을 벌였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박모(35·서구 평리동)씨는 "각종 단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이는 캠페인들이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행사로 끝나기 일쑤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년 월드컵을 비롯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행정기관, 경찰, 각종 단체 등이 앞다퉈 쏟아내고 있는 캠페인들이 일회성 생색내기에 끝나고 있어, '무용론'이 일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들어 열린 '국제행사 맞이 성공다짐대회 캠페인'은 모두 280여회에 이르고 있다.

하루 1건 꼴의 이같은 다짐 캠페인에다 수시로 교통질서확립 캠페인, 환경대청결 캠페인, 행락질서지키기 캠페인 등이 열리면서 유사한 행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경찰 또한 기초질서 지키기, 기초질서 확립, 생활치안 확립을 위한 기초질서 지키기, 생활환경정화 다짐대회 및 대청결운동, 대구경찰 대구마라톤 참가 생활치안확립, 유흥업소 단속 및 가출청소년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등 수많은 캠페인을 개최했다.

이로 인해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는 캠페인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지난 8월 대구중구보건소와 5개 단체회원들은 중구 대신동 서문파출소 앞에서 모유수유 권장, 건강한 여름나기, 마약 근절 등 3가지 캠페인을 1시간동안 연속 진행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같은 캠페인 홍수는 행정 공무원, 경찰관들의 업무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지난 달 경찰의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엔 일선 경찰서 형사들까지 동원, 민생치안의 일선에 한동안 공백을 낳으면서 경찰관들의 불만을 샀다.

구청 공무원 및 경찰관들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걸핏하면 열리는 캠페인에 동원되느라 업무를 제대로 처리 못할 정도"라며 "시민들도 신물이 났는지 거창한 캠페인 구호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계명대 사회학과 이종오 교수는 "구호만 남발하고 보여주기에 집착하는 이벤트성 캠페인이 너무 많아 '캠페인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며 "겉치레에 집착하는 캠페인 보단 좀더 내실있고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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