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1 한국시리즈 결산-내년을 기약하는 삼성

'이제는 모두 지난 일이 됐다'.삼성의 눈물, 그러나 야구는 계속된다.

잠실하늘에 축포가 터지는 순간 일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속으로 빨려들었다.

모두 '파란피'가 흐르는 선수였고, 코치였고, 프런트 직원이었다. 한결같이 20년을 삭여온 간절한 염원을 또다시 가슴에 차곡차곡 쓸어담고 있었다.

이들을 뒤로 하고 김응룡 감독이 고개를 숙인채 총총히 사라졌다. 한국시리즈 '불패신화'와 함께.

그는 삼성이 부대껴온 '가을악몽'의 무게가 버거운지, 아니면 내일을 기약함인지 뜻모를 '내탓이오'만을 남기며 구단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순간 더그 아웃 한 곳에서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모자챙을 만지작 거리며 허공을 응시하는 선수가 있었다. 이승엽. 끝내 그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그렇게 원하던 우승이었는데…".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보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는 배영수. 그도 개인적 소망은 이뤘지만 선배들이 침묵하는 의미를 알기에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기 위해 '우승청부사' 김응룡 감독과 갈베스, 마르티네스, 마해영 등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절치부심했지만 또 좌절하고 말았다.

7번째의 한국시리즈 도전에서도 징크스를 깨지 못한 삼성. 삼성이 진정 '저주'를 받은 것일까.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꿈이 깨지던 시각, 인터넷 게시판은 삼성을 비난하거나 격려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졌다. 이는 시즌 내내 대구구장을 달구고 그 열기를 잠실벌까지 이어갔던 삼성 야구팬들 못지 않은 시민들의 애정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는 계속된다. 삼성이 파란 유니폼을 벗지 않는 한 그들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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