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외교를 위한 2박3일간의 브루나이 방문을 마치고 6일밤 귀국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마음이 무겁다.
10·25 재보선 패배 이후 소장·개혁파들의 당정쇄신 요구로 불거진 내분이 자신의 '수족'과 같은 특정인사에 대한 퇴진요구와 대선주자들간 힘겨루기로 비화되면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마비되는 등 여권이 혼란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당내 분란에 대한 수습방향을 이미 설정해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괄사의를 표명한 최고위원들을 포함, 당내 인사들의 입장과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알려져 당내외의 기대처럼 조기 수습책 가시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의 복잡성과 정상외교 일정 등을 감안할때 김 대통령이 깊은 구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당 내분의 상황을 파악하고 결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즉흥적인 대응은 내분을 덧나게 할 수도 있다고 보고 내분의 복합성에 걸맞은 다층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봐도 김 대통령은 지금 '백지상태'와 다름이 없으며 당내 분란의 성격과 내용, 이에 대한 각 대선주자들의 입장과 견해, 당내 개혁파들의 인적쇄신 요구 이유 등을 직접 판단,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귀국 이후 '멀지않은 시기'에 당내 분란에 대한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예산심의 등 정기국회가 진행중이고 여야 대치도 예상되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 공백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분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국내문제에 대해 깊이 구상을 가다듬을 여유도 없었던 만큼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하더라도 국내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한편 김 대통령은 동교동계가 당의 안정축 역할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특정 대선주자들과 연계의혹을 받고있는데다 내분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상황에 깊이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의 결단에는 동교동계의 이러한 상황도 감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최근 내분 진행상황을 보면 동교동계가 사실상 해체과정에 들어섰으며,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의 선택폭은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언제, 어떤 내용의 수습책을 내놓을 것인지는 일단 7일 오후 열릴 청와대 중진회의와 김 대통령과 소속의원간 순차적 간담회 결과에 따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