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시 대세 상승론 대두

지난 9월말 이후 국내증시가 무려 7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증권가에서는 대세 상승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1주일 단위로 주가의 궤적을 그리는 주봉 차트상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 60주 이동평균선(60주간 지수 평균치)을 상향 돌파했다. 지수가 60주 이평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98년 11월 이후 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60주 이평선을 넘어선 지수는 이듬해말 무려 1천66포인트까지 줄달음질쳤다.

지난 1월에 있은 랠리 때 지수는 60주 이평선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4월 랠리 때는 그나마 60주 이평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60주 이평선이 갖는 강한 저항에 부딪쳐 맥없이 추락했다. 지난 1월과 4월의 랠리 때도 없었던 대세상승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징후와 무관치 않다.

이번의 랠리를 견인한 주체는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9월27일 이후 거래소시장에서 2조2천5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천869억원을 순매수하며 연초 이후 최고치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비중은 10월말 현재 35.5%로 사상 최고로 올라섰다.

현재의 상승세가 유동성 장세 즉 돈의 힘'에 따른 결과물인지, 경기 회복을 기대한 선취매성 매수세 유입에 따른 것인지는 증권가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당초 국내 증시가 이처럼 가파르게 상승하리라고 내다본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테러 사건 직후 펀드매니저들은 반등의 목표치를 500~520으로 내다 보았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펀드매니저들은 조정의 예상치를 540에서 560으로 상향했으며 이제는 580, 600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부정적인 시황관 탓에 기관들은 10월 이후 무려 1조원이 넘는 주식 순매도를 나타냈다. 일단 이익을 실현한 후에 지수 조정이 오면 주식을 저가에 새로 사겠다는 속셈이었지만 원하는 조정은 현재까지는 오지 않았다. 기관들은 이제 그들이 판 가격보다 비싸게 주식을 되사야 하는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시장이 단기 과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 '상투'(추세 이탈 혹은 거래 분출 따위)라는 신호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장세에 대한 진단과 대응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는 전문가나 개인투자가나 매 한가지다.

'주가 합창 반대의 법칙'이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주가는 다수가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으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상승을 예견한 이들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대세 상승론이 커질수록 단기 상투권에 대한 경계심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의 왕성한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설 경우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을 따라 보유 주식을 일제히 팔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시장 전반 분위기가 '팔자' 우세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관된 주식 매도로 '실탄'(현금)을 잔뜩 쌓아둔 기관들이라는 대기 매수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충격적인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매도세 및 기관 매수세의 힘겨루기에 따라 조정의 폭과 기간이 결정될 공산이 높다. 대세 상승에 대한 판단은 이 때 나타나는 조정의 양상을 지켜 본 뒤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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