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恒心'의 政治

창 만드는 사람은 자기의 창이 사람을 죽이지 못할까 겁내지만 갑옷 만드는 사람은 자기 갑옷이 사람을 상하게 할까봐 겁내는 법이다. 세상살다보면 이처럼 갑옷 만드는 처지에서 사람 걱정하다가도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창 만드는 입장으로 바뀌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치다. 그런데정치인만은 올곧게 사람 걱정, 나라 걱정으로 시종해야 되지 행여 "남의 불행이…" 하는 식으로 경우에 따라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민주정치는 곧 책임정치

정치는 국민을 다스림이고 정치인은 공인(公人)이기 때문에 자기 입장에 따라 수시로 주장과 소신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믿음에서다. 세상 살아가는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아둥바둥 살아가느라 흔들리더라도 정치하는 이들만은 소신껏 나라를 이끌어야 그 나라가 번성하고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는 "이것만은 꼭 해야된다"거나 "아무리 그래도 정치를 않으면 않았지 이것만은 안된다"는 식의 철석같은 고집이 없고 철학이 없다. 우리 정치가 흔들리는 근본이유도 이때문인것만 같다. 한결같이 봉사하는 항심(恒心)으로 정치하는게 아니라 임기응변의 술수로 정치를 하다보니 어디선가 항의 데모만 나도 전전긍긍하고 일간신문에 반대 논평만 몇번 나도 정책바꾸고 말바꾸기를 거듭하며 부산을 떠니 이래서야 정치가 제대로 풀려나갈 일이 없는 것이다.아무튼 시리(時利)에 영합하는 것이 무슨 큰 정치나 하는 것 처럼 착각하는 정치인이 판을 치는 한 우리 정치에 희망이 없을 것은 분명하다. 지난 몇년간 우리 정치에는 꿈이 없었다.경제가 어려운때 일수록 위기극복의 청사진이 있어야 하고 10년을 뛰어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이 믿음을 갖고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는 정책정당을 자임하면서도 미래의 비전이 없었고 희망어린 청사진이 없었다.

DJ치세 내내 여권(與圈)은 개혁한답시고 이것저것 들쑤셨지만 어느것하나 성공한 것 없었고 재정파탄까지 내고는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없이 그저 그뿐이었다. 그러고는4년내내 여야간에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이른바 게이트 공방에 영일이 없으니 이런 정치, 이런 국회에 무슨 꿈이 있고 진운(進運)이 열릴까 싶은 것이다. 여기서 굳이 그동안 무수한사람들이 수십번도 더 써먹었음직한 이런 진부한 얘기를 중언부언하는 것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세금을 물쓰듯 하며 잘해먹다 임기말을 맞은 비효율의 이런 정치가 하도 기가막혀하는 소리다. 민주정치는 책임정치다. 그럼에도 영광은 나의 차지요 책임과 의무는 신문 탓이요 지역감정 탓이라 어거지 부리는 3류의 철면피 정치가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고 믿음의 정치, 꿈을 심는 정치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보는 소리다.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이 붕괴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중에도 가정 붕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경찰 통계로는 한달에 1천명의 주부가 가정을 뛰쳐나가고 800명의 아버지가 집을 등진다고 한다. 이혼하는 가정까지 감안한다면 전국적으로 매달 1만2천가정 이상이 붕괴되고 있는 꼴이니 그 결손자녀들은 어쩔것인지예삿일이 아니다. 경제문제는 그만두고라도 인터넷을 통한 범죄가 증가일로며 조폭(組暴) 또한 보통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회는 겉돌고 여야는 딴전만 피운다. 한마디로 우리정치인들은 집권욕만 가득했지 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만 같다.

고집과 철학 가져야

큰 정치를 꿈꾸는 정치인들이여,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고집과 철학을 가지고 창 만드는 사람이 될것인지 갑옷 장인(匠人)이 될것인지 선택하라. 그 연후에 성실하게20년이든 30년이든 묵묵히 이 백성의 가슴에 희망의 꿈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간다면 대권(大權)인들 왜 못 차지 하겠는가. 그럼에도 자기도취에 빠져 자기가 빠지면 마치 이 나라가 당장 결딴이나 날것 처럼 설치니 세상이 더욱 혼탁한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대 죽는 그날 아침에도 장미꽃은 피고 새들은 지저귈 것입니다. 연인들은 여전히 달콤하게속삭일 것이고…". 자천타천의 큰 지도자들이 귀담아 듣고 마음을 비웠으면 해서 덧붙여 본다.

金燦錫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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