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형사 기피현상이 만연하면서 민생치안이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수년전부터 경찰 내부에도 이른바 3D 기피풍조가 불어 닥치면서 일선 경찰서마다 노련한 수사경험과 사건해결 의욕을 갖춘 형사들이 퇴조, 수사력 약화와 미해결 강력사건 누적으로 국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취약한 일선 경찰서 형사과의 분위기 쇄신과 지능화·흉포화하는 범죄 제압을 위해 우수인력 유치책 마련, 예산 및 장비 지원 등 유능한 수사형사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찰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초동 현장수사에서부터 우왕좌왕한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 엽총강도사건은 열흘이 가깝도록 아무런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칠성동 오락실 주인 피살, 1월 동구 신암동 택시강도살인, 99년 2월 효목동 어린이 황산테러사건 등 대구시내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대부분이 무기력한 수사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경찰서 형사과 마다 풍부한 수사경험을 갖춘 '수사통'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경찰 자체에서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수사통'으로 알려진 한 간부는 "수사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이 결정적일 때가 적지 않다. 그런데 요즘 경찰서 형사과에는 그런 경험많은 형사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ㅇ 형사(37)는 "강·절도사건에서 부터 조직폭력배 동향 파악, 학원폭력 수사, 진정·변사사건까지 합치면 현재 붙들고 있는 사건이 수십건이다"며 "가족들 얼굴보기도 힘든 근무이다 보니 형사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늘 꽉 차 있다"고 말했다.
한 형사반장은 "형사 1인당 한달 활동비가 24만원에 불과해 승용차 기름값도 못 댈 정도다. 인력도 적다보니 출장도 잦고 사무용품까지 자비로 충당하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여기에다 다른 부서에 비해 형사과는 민원발생이 빈발, 자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승진도 어려워 경찰관들이 형사분야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대구 달서경찰서 형사과는 올들어 새로 전입온 형사 18명 중 절반정도는 지원자가 없어 강제로 형사과 발령을 냈다.
대구시내 한 경찰서가 직원 560여명을 상대로 선호 부서를 조사한 결과 보안(20.5%), 파출소(20.1%), 정보(16.6%) 순이었으며 형사과(5.2%)는 최하위권이었다.
대구경찰청 한 간부는 "예전엔 형사과에 근무하는 직원을 파출소나 다른 부서로 전보조치하는 게 징계일 정도로 형사분야가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은 인사때마다 부탁 또는 강압적인 수단으로 형사과로 모셔와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이상원 교수는 "경찰의 수사는 형사 경력의 차이가 사건 해결 여부를 결정짓는 힘이다. 민생치안의 핵심인 수사형사들이 의욕과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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