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1 지역문화 결산-영화

올해 한국영화는 60년대 전성기이후 최대 풍작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46%(영화진흥위 11월말 자료), 1천만 관객, 해외수출고 1천만달러. 가히 엽기적 성적표다. 특히 시장점유율은 이달치까지 최종집계할 경우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이상'이란 대기록으로 대미를 장식할 가능성도 있다.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시대'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은 한 해였다.

▨시장점유율 46%=상반기에 '친구'가 전국 820만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소위 '대박'행진이 이어졌다. 여름 성수기조차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엽기적인 그녀'(488만)와 경주를 무대로 한 '신라의 달밤'(442만)이 치열한 수위다툼을 벌이며 1천만 관객시대를 훌쩍 넘겨 버렸다. 이어 최근작 '조폭마누라'(525만), '달마야 놀자'(310만) 등이 점유율 신장에 가세하면서 이들 작품들이 흥행 랭킹 5위까지 점령했다. 아직 집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이달 상영작 또는 개봉예정작('두사부일체'나 '화산고'와 '이것이 법이다' 등)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몬스터 주식회사' 등 할리우드 산들의 흥행호조를 제압할 경우 한국영화 점유율 50%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흥행 '부익부, 빈익빈'=올해는 그러나 흥행양극화 현상이 유난했다. 특정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가속화됐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등 저예산 .예술 영화들이 개봉 1주만에 막을 내렸고 이에 따라 예술영화전용관 설립안이 제기됐다. 또 시장점유율을 높인 작품들이 한결같이 '조폭류' 영화였다는 점이 씁쓸함과 함께 우려를 자아냈다.

▨여성 영화, 여성영화인=올해엔 충무로에 '여성파워'가 거셌다. 남성위주의 영화에 양념처럼 얼굴을 내비치던 여성들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꽃섬', '나비', '아프리카', '조폭마누라' 등)했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내 생애 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의 변영주 등 여성감독의 활약이 돋보였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함께 좋은 영화사 김미희 대표도 성공적인 여성 제작자로 자리잡았다.

▨활발한 해외진출='친구'가 일본 최고가인 210만달러에 수출되는 등 연말까지 사상처음으로 영화수출고가 1천만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해 지고 있다. '조폭 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이 미국 메이저 배급사 미라맥스에 95만달러에 팔렸고 '공동경비구역 JSA'와 '반칙왕' 등이 각각 일본과 홍콩에서 흥행호조를 보이고 있다. '봄날은 간다'나 'GO' 등 외국과의 공동투자 및 제작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충무로에 몰리는 돈, 돈, 돈=한국영화 호황으로 충무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영화제작사인 (주)현진시네마가 투자조합(100억원)을 결성하는 등 올들어 생긴 영화 투자조합만도 10여개. 전체 펀드 규모가 2천억원에 달할 정도다. 하나은행도 은행권 최초로 시네마 서비스와 손잡고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화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어 소수의 시나리오와 배우, 제작사를 놓고 다수의 투자자가 출혈경쟁하는 상황을 빚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게다가 한탕주의적 행태도 없지 않아 지역에서는 '벨테크 엔터테인먼트'라는 유령 영화사가 밀라노프로젝트를 소재로 영화를 찍는다며 투자가들로 부터 자금을 모아 줄행랑치는 사건이 발생,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지역출신 감독 부각=지역출신 감독들의 활약도 부각됐다. 영양출신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이 베니스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되는가 하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대구출신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도 평단의 호평속에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데 이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또 안동이 고향인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에 이어 2년여만에 자신의 세번째 작품인 '오아시스' 크랭크 인에 들어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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