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주력인 D램 사업 부문을 마이크론에 전부 매각하고 비(非)D램 전문 반도체 회사로 남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국내적으로는 최대 경제불안 요인인 6대 구조조정 기업중 하나를 해결하게 되고, 국제적으로는 D램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비록 안방은 내어 주었지만 몸집을 줄여가면서 독자 생존의 가닥을 잡은 것은 흡수 합병.완전 매각과는 차원이 다른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예정대로 남은 협상이 진행되면 하이닉스는 6조원이 넘는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매년 수조원씩 쏟아 부어야 하는 투자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도시바 D램 공장에 이어, 세계 3위의 하이닉스 D램 사업부문까지 거머쥐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추월하게 되고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당연히 위협을 받겠지만 세계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할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바닥권을 헤매는 D램 가격이 회복된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이제 얼마를 받고 D램 설비를 매각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그러나 하이닉스의 처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지난 98년 재벌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복투자를 줄이기 위해 실시된 소위 '빅딜' 1호 작품인 하이닉스가 결국 '대형 실패'로 귀결되고 있음은 시장 기능을 무시한 정치적 재단(裁斷)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재벌그룹 개혁과 산업구조 조정은커녕 정치논리에 의해 밀어붙이는 바람에 오늘날 한국 경제의 '족쇄'가 돼 대표적인 '문제아'로 성장했음을 정치권은 반추(反芻)해야 할 것이다. 하이닉스가 처리되면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없겠지만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 혹독한 대가는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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