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공식발효되자 '모토로라'와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규모 중국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내 최대 외자기업인 모토로라는 5년내 66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인민일보는 노키아가 베이징 생산공장의설비투자를 2배 확대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카콜라, 일본의 NEC 등도 중국진출을 가속화하고 있고 프랑스의 대표적 가전사인 톰슨도 중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베이징시 경제무역위원회는 베이징에 설립된 외국기업 대표처가 지난 해 11월 현재 1만314개로 1만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외국기업 중국진출 급증
이처럼 외국기업의 중국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LG, SK 등 국내의 주요 대기업들도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사업전략을 재편하고 있다.우리 대기업의 중국진출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의 개혁.개방이후 본격 진출했지만 우리는한.중수교이후 중국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IMF직후 주재원들을 철수시킨 대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차이나 쇼크'이후 "호떡집에 불난 것 처럼"(중국주재 한 은행지점장의 말) 국내 대기업 CEO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떠는 것은 다국적 기업들이 선점하고있는 '질주하는 중국호'에 너무 늦게, 그것도 준비없이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직물무역을 하고 있는 심명섭 코리아나사장은 "대기업들이 세계시장 공략차원에서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너무 들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상하이 포스코개발의 박래권 이사는 "포스코빌딩과 입주협상을 벌이고있는 한 광동요리점은 개업하기까지 6년간 입지조건 등 시장조사를 벌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국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당부했다.
삼성중국법인의 정충기 상무도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수출생산공장 차원에서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중국내수시장을 겨냥해서 중국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중국에서는 선점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이 기존 시장에 대한 정보가 없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상하이사무소의 한형구 소장도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중국진출은 말리고 싶지만 대기업은 중국에서 한번 해볼만 하다"며 대기업의 적극적인 중국진출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들이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이제는 중국시장에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現地化로 거대시장 공략
지금까지 삼성이나 LG, POSCO(포철) 등의 중국시장 공략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LG는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 현지화에 성공한 드문 사례로 꼽히고있다. 삼성도 짧은 중국진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애니콜 신화'를 창조했고 모니터시장도 석권했다. 선전의 '삼성SDI'는 중국인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외자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포항제철도 중국내에 3개의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삼성의 중국전략이 고급화를 통한 톱브랜드 마케팅이라면 LG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중국내수시장 공략이다. 종합이동통신사업자로 성장하고 있는 SK는 중국에 또 하나의' SK'를 세우는 것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과 LG는 새해부터 중국현지공장에서 CDMA휴대폰 생산을 시작, 본격적으로 이동통신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LG, SK 등의 중국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삼성전자 중국법인의 한창호 부장은 "삼성전자가 중국에 7개의 생산법인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생산중심의R&D(연구.개발)을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TV의 경우, 설계부터 중국에서 하는등 디자인뿐 아니라 선행적 기술개발외에는 모든 것을 현지에서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부장은 '세계적인 품질과 기술력을 가진 제품으로 고급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기본적인 중국전략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경쟁하는 중국에서는 세계적인 제품이라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올해를 중국 내수시장에서 톱(TOP)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첫해로 규정, 고부가가치 디지털 제품을 중심으로 고급화 시장전략을 적극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케팅경쟁 갈수록 치열
삼성은 일류화전략을 통해 중국법인의 매출목표를 지난 해의 37억달러보다 20~30% 늘어난 45억~50억 달러로상향조정하는등 2005년까지 브랜드 인지도를 70%로 끌어올려 중국내 'TOP5'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LG와 SK 역시 제품생산과 연구개발, 신규투자, 인사기능까지 중국현지에서 수행하는 철저한 중국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중국법인의 구기송 차장은 "중국시장에서는 하이얼과 창홍 등의 중국가전회사들이 TV 등 단품생산에서 시작,종합가전회사로 발전해가고 있다"면서 "LG는 PDP TV와 모니터, 에어컨 등 경쟁력있는 제품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도 중국제품과 차별화된 품질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차장은 "중국에서의 LG의 브랜드 인지도는 21%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베이징의 중심가인 창안루(長安路)의 버스정류장 광고판을 LG전자의 로고로 뒤덮는데 성공했다.SK는 중국인을 중국법인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영업이익을 재투자키로 하는 등 보다 철저한 'SK 차이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중국과 철저하게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 (SK 손길승회장)"중국으로 가는 것은 옳은 방향"(삼성 이건희회장)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속에서도 13억 내수시장을 통해 7%가 넘게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 중국 이외에는 출구가 없다.
세계최대의 글로벌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 대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에게 도전과 기회의 땅이자 커다란 전장(戰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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