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차제에 '퍼주기 햇볕' 재검토를

설연휴를 전후한 이산상봉은 물건너갔고 금방 될것같던 금강산육로개방과 아리랑축전 연계사업들도 '남북대화'의 서랍속에 갇혀버렸다.

'악의 축'이란 말한마디로 남·북, 북·미관계를 일시에 냉동시켜버린 미 대통령 부시가 곧 방한한다. 우리로선 어쨌든 대북문제에 관한한 '한·미 공조'의 깨어진 유리조각을 맞춰놓아야 한다.

햇볕정책을 보는 한·미 당국자들의 시각차이는 너무 벌어져있다. 우리로선 평화공존을 위해 어떻게든 남북대화와 인적·경제적 교류는 긴요하고 따라서 다소의 불평등거래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그게 아니다.

"햇볕정책이 북한의 외투를 벗기는데 실패했다"는 것이요, 직접적으로는 부시의 국정연설에 즈음해서까지 '불량국가' 북한이 대(對) 중동 미사일수출을 계속해왔으니 일방적인 퍼주기, 성과없는 햇볕정책은 '노 굿'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민주당의 김근태 상임고문은 국회 대표연설에서 "햇볕정책을 흔들지 말라"며 미국의 일방적 대북공격에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는 이를 청와대의 뜻이 담긴, 방한하는 부시에 대한 정부측 생각의 간접전달로 이해한다.

당연히 미국에 대해 우리도 할말은 해야한다.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세계경영전략에서 나온 미국의 대북공세와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우리의 '생존의 문제'는 접근방식에서 얼마든지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햇볕정책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햇볕'의 또다른 상대방인 미국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햇볕'은 대북(對北)에서도, 대미(對美)에서도 모두 실패해 가고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차제에 정부는 '햇볕'이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한다. 포용과 대화를 유도하는 대북정책의 기조만 튼튼하면 그만 아닌가.

상당수 국민들도 '퍼주기'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보면 자칫 햇볕에 매달려 동정(同情)외교로 비판받을까도 저어한다. 햇볕은 너무 따가우면 눈이 부신 법, 적절한 궤도수정이 필요함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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