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이나 도약현장(6)-개혁개방 얼굴 상하이

상하이 푸둥(浦東)의 중심가인 스지따루(世紀大路)에 자리잡은 포스플라자빌딩에서는지난해 열린 APEC회의장과 푸둥 구정부청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며칠째 내리는 빗속에서도 푸둥공항쪽으로는 8년후 열릴 세계해양박람회를 겨냥해 신축중인 세계박람회장의 돔형지붕이 까마득히 보였다.

상하이는 이미 세계를 향해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었다. IBM과 GE 노키아 소니, 지멘스, 마이크로소프트와 NEC 폴크스바겐 등 세계 500대 기업 중 256개가 이미 상하이에 진출했다. 필립스와 시티뱅크, 홍콩상하이뱅크(HSBC) 코카콜라는아예 아.태지역본부나 중국본부를 상하이로 옮겼다.

삼성과 LG 등 한국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내 영업본부를 상하이로 옮겨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공략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KOTRA도 상하이무역관을 중심으로 중국진출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 각축장

다국적기업이 상하이에 설립한 지역 및 글로벌 형식의 기술개발연구센터만 40여개에 이른다.상하이시 대외경제무역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까지 시정부가 허가한 공업부문 외자항목은 1천115개,그중 '미쉐린타이어'의 연구개발센터 등 406개가 R&D센터이다.중국기업의 기술연구센터도 200여개에 이르며 이중 국가급 기술개발연구센터도 20여개에 이르고 있다.

다국적 브랜드들과 중국브랜드의 치열한 '전쟁'은 난징루에 즐비한 고급백화점 뿐만 아니라 황푸장(黃浦江)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NEC 맥스웰 TDK 샤프, 네슬레 등은 물론 삼성, LG, SK 등 한국기업들의 네온사인 광고판이 밤낮없이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엄청난 광고전쟁은 1천700만명의 상하이런(上海人)이 아니라 13억 거대 중국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상하이는다국적기업들의 각축장이다.

왜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이 상하이로 몰려드는가.상하이는 인근 강소성과 절강성 등 화동경제권의 핵심지역으로 배후시장과 더불의 중국 전체 소비시장의 36.3%를 차지하는 최대시장이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황푸강과 양쯔강으로 연결된 장강삼각주와 장강경제대로 엮인내륙시장의 대외창구 및 재분배시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하이는 이같이 중국유통의 중심이자 금융의 중심이다.상하이의 1인당 GDP는 4천180달러로 중국평균 800달러의 4배가 넘는다. 홍차우(虹橋)와 푸둥(浦東) 두 국제공항의 여객, 화물 수송량은 중국 1위다.

포스코빌딩의 박래권 사장은 "이제껏 경제특구로 개발된 심천이 중국경제의 심장부였다면 상하이는 이제 중국대륙을대표하는 마케팅시장으로 떠올랐다"면서 "국내 다국적기업도 상하이에서 1등하지 못한다면 중국진출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에 개설된 외국은행 지점은 지난해 말 현재 54개(중국전체 182개)로 대부분 푸동의 루찌아쭈이(陸家嘴)금융무역구에 집중돼 있다.

사실 상하이는 문화대혁명 종료 직후 이른바 4인방이 몰락하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상당기간 침체됐었다. 4인방의 정치적 거점이라는 점에서 상하이는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덩샤오핑의 개혁정책이초기에는 광둥이나 선전에 집중되는 바람에 소외됐다.

그러다가 89년 천안문사건 직후, 장쩌민 상하이시장이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92년 덩샤오핑의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푸둥이 경제특별구로 지정되면서 상하이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처럼 '천지개벽'을 하게된 것이다.

◇상하이의 한국기업

한국기업의 상하이진출은 아직 시작단계다. 한국의 상하이지역 직접투자규모는 지난 2000년까지 총283건에 3억6천만불에 불과하다. 한국의 총 대중국투자액 103억달러(4천873건)에 비하면 3%에 지나지 않는다.영사관이 파악하고있는 상주교민수도 1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상하이에 진출한 우리 기업수는 그리 많지 않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상품의 상하이시장점유율은 우리상품의 중국전체 수입시장 평균 점유율 9.7%에도 못미치는 6.7%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포스코개발의 포스플라자빌딩, 농심신라면공장, 신세계이마트 등이 겨우 터를 잡고 있는 정도다.

상하이에는 LG전자(DVD)와 한솔제지공장이 있고 한라건설이 경은빌딩, 건영건설이 내국인용 아파트를 건설했다.인근 쑤저우(蘇州)에 삼성전자(반도체), 난징(南京)에 금호타이어와 LG전자(세탁기), 장가항에 포스코 등이 진출했고 절강성에는 미원의 조미료공장과 금호고속과 한국타이어, LG화장품, LG ABS공장, 효성 T&C, 안후이성에 녹십자 등이 진출해 있다.

상하이가 금융중심지라는 점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지점도 적지않다.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과 한빛은행, 하나은행이 지점을 개설했고 이중 산업은행과 한빛은행은 2000년부터 인민폐 영업을 시작했다.

또 현대증권과 LG증권, 대우증권 등과 삼성화재가 각각 사무소와 지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상하이관은 "21세기 중국경제발전이 '상하이→화동지역→중서부내륙지역'이라는 흐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상하이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