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국에 없는 보험약 많다,생산중단 약 처방 환자불편 가중

고혈압에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최모(58·대구시 남구 이천동)씨는 얼마전 의사로부터 고혈압약인 ㄹ약품과 고지혈증약 ㅁ약품을 처방받고 병원 앞 약국을 찾았으나 두가지 모두 살 수가 없었다.

약국에서는 해당 제약업체가 5개월전부터 생산을 않는 바람에 약품이 떨어졌다는 답변만 들었다. 최씨는 "걷기조차 힘든 데 병원 부근 약국을 6군데나 뒤져서야 겨우 약을 구했다"며 "약국마다 제약사에서 약품을 공급않고 있으니 병원에 다시 가서 다른 약을 처방받아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하소연했다.

제약업체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대상인 약품 4개 중 1개꼴로 장기간 생산을 중단한 상태서 의사들은 이들 약품으로 처방전을 계속 발행, 환자들이 해당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을 헤매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제약업체가 1년이상 장기간 생산않는 보험의약품은 정부가 보험등재품목에서 강제 삭제하도록 한 규정을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없애는 바람에 일어나고 있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보건복지부가 보험약으로 등재한 2만1천여 의약품 중 5천500여(전체의 26%) 의약품이 2년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제약업체들이 다투어 자사제품을 보험약으로 일단 올려놓은 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생산을 않는 경우가 많다"며 "생산하지 않은 기간이 2년이 안되는 품목까지 포함할 경우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시중에는 이들 약품이 품귀상태인 경우가 많지만 의사들은 '보험약등재목록'만 보고 처방전을 발행하고 있어 환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 북구 ㄱ약국 경우 장기간 생산 중단으로 재고마저 바닥난 약품을 처방받아 오는 환자들이 한달 평균 10명이 넘어 다른 약국이나 제약사를 통해 약을 구하는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약국 약사는 "정부가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게 하던지 아니면 보험약 관리를 잘 하던지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환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체들은 "정부에서 보험약가를 낮게 책정해 주는 품목은 수익성이 떨어져 생산할 수 없게 되거나, 외국 제약사의 시장잠식으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현재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의약분업이후 규제개혁위에서 미생산 의약품의 보험등재품목 강제 삭제 규정을 없애버려 보험약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이 규정을 되살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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