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졸업식서 빛난 '모정의 세월'

"장애가 심한 아들을 중고교 6년 동안 등하교 시키고 학교 생활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졸업에 이르게 한 어머니의 사랑은 메마른 이 시대에 밝은 빛이 됐으므로 무학인의 정성을 모아 이 패를 드립니다…"

9일 졸업식이 열린 경산 하양의 무학고 체육관. '장한 어머니상'이 수여되는 동안 졸업식장은 숙연함을 넘어 감동으로 넘쳐났다. 22살에야 고교를 졸업하게 된 강영극군의 어머니 안정임(52)씨의 온 얼굴도 어느새 눈물로 덮히고 있었다.

강군이 불행을 맞은 건 10년 전이던 초교 5학년 때.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대뇌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50여일 동안 뇌사 상태에 빠졌던 것. 가까스로 의식은 회복했으나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는 1등급 지체장애아가 되고 말았다.

어머니의 절망감은 헤어나기 힘든 함정이었지만, 안씨는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 들여야 아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으리라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중학교에 입학시켰다.

무학중을 거쳐 무학고까지 6년을 다니는 동안 어머니는 등하교만 같이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수업시간 내내 학교에서 살았다. 밖에서 기다리다 수업 마침종이 울리면 뛰어 가 아들을 부축해 운동시키고 다음 수업 준비를 도왔다. 설악산 수학여행도 함께 했다. 어느새 65kg으로 늘어난 영극이의 몸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어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과 그림자 처럼 함께 했다. 덕분에 영극이는 일년에 한두번 병원 가는 날 말고는 6년 동안 결석한 적이 없다.

말조차 어둔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자신의 유일한 취미이기도 한 그림을 공부하도록 권했다. 영극이는 처음엔 붓마저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했지만, 결국엔 장애를 이기고 이번에 대구가톨릭대 미대에 합격해 냈다. 그런 아들을 어머니는 너무도 대견스러워 했다. "대학 생활도 영극이와 늘 같이 할 겁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어서일까? 영극이의 생각도 명확했다. "엄마가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 늘 방에만 틀어 박히는 생활을 했겠지요. 중고교 6년 동안 병기.우혁이 등 친구들도 가방을 들어 주고 휠체어를 밀어 줬지요. 열심히 사는 것으로 고마움에 보답하겠습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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