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파일 이곳-흡연에 빠지는 청소년들

#1. PC방'너구리굴에 불 땐것처럼'자욱한 담배연기. 4일 오후 4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pc방. 겨울방학이 끝나서일까? pc방은 북적이는 학생들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컴퓨터 효과음이 귀를 때리는 가운데 10여명의 중고생이 게임을 하고 있다. 교복차림의 여학생들도 눈에 띈다. 얼핏 봐도 네댓명의 학생들이 오른손으로는 쉴새 없이 마우스를 두드리면서 왼손엔 담배를 든채 게임삼매경에 빠져있다. #2. 노래방

6일 오후 6시. 이모(16.대구 ㄱ고 1년)군은 친구 3명과 대구시내 중심가의 노래방에 들렀다. 각자 가지고 있던 돈을 털었다. 1천500원 짜리 '디스'담배 두갑을 사고 난 나머지는 노래방 비용이다. 노래방은 이군과 같은 학생들이 즐겨 찾는 흡연실. 교복입은 친구도 있지만 주인아저씨는 말없이 재떨이 두 개를 가져다주고는 나갔다.

"국민여러분, 담배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폐암으로 초췌해진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말 한마디로 지금 전국에 금연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2월초 담배값 인상과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너도나도 금연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 열풍에도 끄떡하지 않는 무풍지대가 있다. 유일하게 금연열풍이 비껴가는 곳은 청소년들. 혹시라도 '학생들이 웬 담배?'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태변화를 너무 모르는 사람이다. 실제로 자기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부모들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연세대보건대학원이 작년 12월 발표한 청소년 흡연율(남중생 6.0%, 여중생 2.0%, 남고생 24.8%, 여고생 7.5%)은 전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통계치를 믿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10명중 7~8명(대구ㅈ고 3학년 박모군)" "한 반의 절반 이상(ㅅ여고 2학년 이모양)" "한 학급 40명기준에 35명 정도(ㄱ공고 작년 졸업생 박모군)"…. 계열별, 학교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흡연율은 통계치와의 엄청난 차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남자고교의 흡연율은 50~60%, 여자고교는 20~30% 정도 될겁니다" 대구 서부공고 이윤재(45)교사는 2년간 교내에서 금연지도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레 예측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올해를 '학생흡연 추방의 해'로 정하고 각급 학교의 흡연 추방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한지 며칠 되지않은 7일 오후. 작년 흡연예방시범학교로 지정된 대구서부공고(교장 이홍희)의 교문을 들어서자 '금연구역'을 알리는 입간판이 먼저 반긴다.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복도마다 교실마다 금연표지가 붙어있다. 이 학교는 체계적인 금연활동으로 '연기없는 학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전교생의 51%가 흡연자였던 2년전에 비해 지금은 10%대로 흡연율을 끌어내렸을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3층 금연지도실에 들어서자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남녀학생 10여명이 금연서약서를 쓰고 있었다. 하루 반갑을 피운다는 1학년 김모군은 이번이 세 번째 적발된 경우. 몸에 좋지않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끊고 싶지만 잘 안된다며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담배를 살 수 있어 금연이 더 어렵다"고 했다. 2학년 이모군은 "간혹 증(주민등록증)을 보자는 아저씨도 있지만 대개는 돈만 주면 담배를 준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건강에 더 치명적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폐암의 90%가 담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담배로 인한 피해는 25년 후에나 나타나게 됩니다"며 "현재의 청소년들이 40대가 되는 2025년께 우리나라 장년층의 건강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며 그 사회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만 본다면 해결이 어렵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최진숙 사무국장은 "학교 교육과정에 금연교육을 넣어야 합니다. 청소년 출입이 잦은 PC방.만화방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절실합니다"고 지적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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