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창조론의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과학잡지 '네이처'지 최근호에 발표됐다.그동안 창조론자들은 동물들의 유전적 매커니즘속에 급진적인 외형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없다며 진화론자들을 공격해 왔다.
외형의 급격한 변화는 그 동물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그 종족이 대를 이어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숭이나 유인원은 단지 원숭이 또는 유인원으로 창조됐을 뿐 결코 인간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진화론자들은 게놈을 활용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유전자적 수준에서진화 과정을 설명할 수 없어 수세에 몰렸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윌리엄 맥기니스 교수팀이 "아주 작은 유전적 변형이 근본적인 외형상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창조론자들을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학자들은 배아 발달을 통제하는 '규제 유전자'의 변형에 주목했다. 동물들의 획기적인 외형상의 변화는 '혹스(Hox)'라고 알려진 규제 유전자 집단의 간단한 변형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유전자는 배아 발달시기에 다른 유전자들을 작동시키거나 멈추게 하는 '중앙 스위치'와 같은 구실을 한다. 4억년전 몸의 모든 분절에 다리가 달려있던 갑각류의 규제 유전자에 변형이 발생, 다리가 6개 달린 곤충을비롯해 여러 새로운 형태의 동물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과일파리와 바다 작은새우를 대상으로 한 맥기니스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보다 구체적이다. 'Ubx'로 알려진'혹스' 유전자의 변형이 어떻게 몸의 각 분절마다 다리를 가지고 있던 갑각류의 조상을 변화시켜 뒷다리를없애고 다리가 6개인 곤충으로 만들었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맥기니스 교수는 "'Ubx'에서 생산된 변형단백질 속의 변화가 다른 유전자의 작동을 멈추게 했다"며 "아주 옛날에는 갑각류의 다리 형성을 맡은 유전자들이 훌륭하게 작동했지만, 곤충으로 진화되던 초기단계 때 유전자와 암호를 담은 단백질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들이 작동하지 않아 결국 곤충들의 배부분에 생겨야 할 다리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맥기니스 교수는 지난 83년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 속에 똑같은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맥기니스 교수의 이번 연구는 생물학자들에게 외형 변화를 가져오는 다른 규제 유전자들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고 인간의 질병과 유전적 기형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유전자들 중 상당수가 각종 암발생 및 갖가지 유전적 기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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