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순백의 도시가 되는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 이 곳 중심가에 위치한 오도리(大通)공원에는 아직도 지난 주 막을 내린 '눈과 얼음의 축제' 삿포로 유키마쓰리(雪祭)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축제기간동안 찾지 못한 관광객들의 아쉬 운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5t트럭 500대분의 눈이 들어간 거대한 궁전 조각에서부터 실물처럼 생생한 곰 조각상까지 그대로 전시돼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한다. 또 밤이 되면 수만 개의 전등으로 불을 밝혀 도시 전체가 연출하는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관광객들은 추억만들기??여념이 없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유키마쓰리는 이제 국내외 관광객 200만 명이 넘는 세계적인 대축제로 성장했다. 이 축제는 72년 동계올림픽, 90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현재의 명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승부는 경기장 밖에서 이뤄진다"
월드컵대회 개최국이 성공적 경기운영 이외에 풀어 내야할 과제를 한마디로 압축한 화두다. 외국관광객을 얼마나 불러 모아 지갑을 어떻게 열게 만드느냐 하는 '관광월드컵'은 대회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 요소중의 하나.
일본관광공사(JTB)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본을 찾?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 514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9%가량 증가한 것으로 9·11테러사태 이후 위축된 일본 관광업계를 들뜨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殮?국토 교통성이 내놓은 월드컵대회기간 해외 방문객 전망도 당초보다 3만 여명 더 늘어난 44만 여명으로 나타나 외국손님맞이 손길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볼거리는 전통종교 신도(神道)에서 행하던 종교의식의 일부인 '마쓰리(祭)'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근대화와 더불어 종교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가장 일본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마쓰리는 전국 곳곳에서 일년 내내 열리는데 크고 작은 행사를 다 합친다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
일본의 3대 마쓰리로 꼽히는 삿포로의 유키마쓰리나 오사카(大阪)의 덴진마쓰리(天神祭) 등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외국관광객 유치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쓰리 이외에 전국 각지에 산재한 고찰과 신사(神社) 등도 일본이 자랑하는 관광자원.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정신을 체험하자"는 주제 아래, '역사가도(歷史街道)'라는 이색 관광상품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상품은 고베(神戶)와 오사카·교토(京都)·나라(奈良) 등지에 흩어져 있는 역사 유적지 63곳을 시대별로 1번부터 63번까지 순번을 매긴 뒤, 이 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기념스탬프를 찍어 주는 것. 스탬프가 6개 이상되면 경품도 받을 수 있어 내·외국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문물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일본인들의 솜씨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데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오는 6월 4일 일본대표팀과 벨기에의 첫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埼玉)시 중심에 위치한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super arena)'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관광명소. 이 곳은 축구나 테니스 등 각종 경기와 콘서트, 전시 컨벤션을 실내에서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만든 최첨단 가변형 경기장이자 휴식·문화공간.
그러나 정작 이 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세계 팝 음악계의 대가 존 레넌의 유품을 전시한 '존 레넌 뮤지엄'이다. 연면적 3천600㎡에 생전에 그가 쓰던 기타와 육필 시(詩), 그림 등 130여 점의 유품이 전시된 이 곳은 존 레넌의 일본인 미망인 오노 요코가 "이런 종류의 존 레넌 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공인한 이후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존 레넌의 생일인 10월 9일과 그가 피격된 12월 8일 등에 정기공연을 갖는 박물관은 일본 국내팬들뿐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개관 후 4개월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20만5천여명이 다녀갔다.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AWOC) 사이타마지부 마사히로 헨미(逸見昌弘) 마케팅담당 참사는 "21세기를 향한 신도심 계획에 따라 슈퍼 아레나를 건립했지만 스포츠만으로는 사이타마를 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월드컵 이후에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존 레넌 뮤지엄을 개설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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