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한국식, 대구식

지금 우리나라를 방문중인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엊그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일본식 선술집 아카토리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일본 서민이 먹는 음식맛을 즐기고 싶다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이 대연회장의 공식 만찬대신 전통 술집 회담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1999년 4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을 찾았을 때, 여왕이 구두를 벗고 하회마을 충효당 마루에 올라서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도대체 침대 생활을 하는 서양인들에게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선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낯선 문화에의 당혹감과 호기심어린 여왕의 표정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흔히 '프랑스 요리'라 말하는 고급 서양 요리는 먹는데만도 3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듣고 있던 기자에게 운 좋게도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들과의 인간적 교감이었고 그들 문화의 체험이었다영국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선술집 펍에서 감자튀김과 함께 서서 마시는 흑맥주 맛을 기억할 것이다. 런던에는 영국식의 다소 소박한 식사가 있으며 로마에는 이태리식 음식이 있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그런 음식 문화를 접하는 것이 그 곳 사람들의 문화를 접하는 중요한 과정중 하나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염원인 본선에서의 1승도 물론 중요하다. 그것만큼 지난 6년동안 우리가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준비해 온 것들이 정작 월드컵을 구경하러 오는, 아니면 월드컵을 핑계로 우리 나라를 찾는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갖 종류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대구를 찾을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내 놓을 것은 무엇인가.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코카 콜라를 마실 수 있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지구 반대쪽 나라에서 더러는 비행기를 몇차례 바꿔타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줄서서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차려 줄 식탁이 겨우 소시지와 햄버거 정도라면 얼마나 싱거울 것인가. (결코 특정 업체를 비방하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식 패스트 푸드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지금은 한국식, 대구식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먹는 것 뿐 아니다. 특산품 코너에 가면 그곳이 경주건 안동이건 또는 광주건 별반 차이가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안동 하회탈을 구경할 수 있고 xx사 관광 기념이 찍힌 머플러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는 대구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대구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육류 일색의 단조로운 메뉴에다 그나마 양적으로도 부족해 관광객들의 원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다. 여기에다 몰려든 관광객들로 방값이 평소의 4, 5배로 뛰어오르고 곳곳에서 바가지 요금에 항의하는 관광객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00일 뒤 월드컵때 대구는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더구나 내년에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대구에서 열리지 않는가.

부시 대통령이 일본식 선술집을 찾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화회마을을 찾은 것은 그곳들이 일본과 한국을 대표한 곳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 기간동안 대구를 찾는 세계의 관광객들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대구다운 곳을 원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이제 월드컵에서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가장 한국적인 것, 가장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내보이자.

◈대구 이미지 세계에 심자

들과 산에서 나는 갖가지 나물들로 버무린 비빔밥도 좋고, 김밥이나 주먹밥 등 다양한 한국식 메뉴가 있을 것이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이 시원한 평상에 앉아 한국식 불고기를 즐기고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하거나 콜라 대신 톡 쏘는 수정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호텔 객실에서뿐 아니라 식당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하던 버릇보다 즐겁게 한국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그래야 바가지도 씌울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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