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랐던 환경 영향언니와의 경쟁의식도 넘을땐 위험
딸만 둘 있거나, 위로 딸이 둘 있고 셋째로 아들을 본 부모들을 만나면 둘쨋딸의 안부를 먼저 묻는 습관이 내게 있다.
첫 아이가 딸인 부부는 둘째를 가지면 은근히 아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난 둘째는 첫 딸과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흔히 '둘째딸 증후군'이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초교 2년생 현희가 시험이 있는 날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써 병원을 찾아왔다.시험 치기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느니 배가 아프느니 하는 증상을 보이다 급기야 시험 당일 학교 가면 선생님이 야단칠 것 같다며 등교를 거부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놀이치료 첫시간부터 현희는 자신을 포함한 식구들이 마구 싸워대는 권투놀이에 몰두했다. 칼싸움을하면서 "나는 이것도 할 수 있어요"라거나, 높은 곳에서 껑충 뛰어내리면서 "다른 여자애들과는 다르죠"라며 남자 되기를 연습하기도 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현희는 보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다. 찰흙을 길게 만들어서는 "이게 고추예요, 우리 할머니는요, 나만 보면 고추 하나만 달고 나왔으면 해요"라고 했다. 의사가 제 편을 들어주자 몇 번이나 언니를 데리고 와서 어거지를 써가며 게임을 이기기도 했다.
"언니가 치와와가 좋다고 하면 나는 푸들이 좋고, 언니가 푸들이 좋다고 하면 치와와가 좋아져요. 나는 참 이상하죠?". 이런 현희는 20여 시간의 놀이치료를 거쳐 둘째딸 증후군을 씻어냈다.성장과정에서 적당한 경쟁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노력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형제자매 간에도경쟁심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 내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껴 경쟁심이 도를 넘어서면 위험해진다.
첫 아이는 아무리 딸이어도 첫 자식이기 때문에 귀여움을 받지만,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둘째딸은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성적이나 승부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안정이 안된 상태이다보니 결과가 시원찮기 십상인 것도 특징.
시험 불안이나 우울증 등 정서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아이가 아들이 있건 없건 둘째딸인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딸이 있는 집이라면 다시 한번 가만히 살펴보기를 권하고 싶다.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역할을 부여해 주는 일이다.
이 때도 언니와의 비교는 금물. 오히려 언니에게 없는 장점이나 재능을칭찬해 주며 일정 시간 둘째하고만 놀아주거나 산책하는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
유보춘(종로정신과의원 원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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