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빅토르 위고와 백범 김구

오는 26일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탄생 200주년 기념일. 올 한해 위고의 탄생을 기리는 각종 기념행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 상원과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는 특별담화까지 발표하는가 하면 전시회와 공연, 학술세미나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레 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 등 한 사람의 문인이 창조해낸 소설이 후세에 남긴 영향은 실로 크다. 단순히 문학작품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삶과 사상이 녹아있기에 세월을 거듭할수록 그 빛의 강도는 더욱 눈부시다.

게다가 그 파급의 정도는 엄청나다. 영화, TV시리즈,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소설의 배경이 된 곳곳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문화는 모든 것을 용해시켜 분출시키는 용광로와 같은 힘이 있다.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은 우리에게 위고는 시인이자 작가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행동파 정치가로서의 그의 위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친위 쿠데타에 항거하다 망명길에 올랐고,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명작 '레 미제라블'을 낳기도 했다.

19년이라는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그가 파리에 돌아왔을 때 파리지엥들은 "빅토르 위고 만세!"를 외쳤다. 군중들이 그를 반긴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정치가로서의 위고에 앞서 평생을 자유와 약자보호를 위해 싸운 한 사람의 자유인을 다시 본다는 의미가 더 깊지 않았을까.

그가 강조한 통합과 관용의 사상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가치이자 인류사회를 지탱시켜주는 진정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민족지도자 백범 선생은 생전에 이렇게 소원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류의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라고.

문화는 예술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삶의 반영물이다. 인간 삶과 시대를 이해하고 보다 높은 정신의 영역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의 의식의 결정이자 보다 고양된 생활을 영위하려고 노력하는 인류의 행동양식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위고와 백범의 삶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문화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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