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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돈 벌어도 골치 현금지니다 '범죄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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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구엔반(34)씨는 작년 3월 구미 장천면의 공기 압축기 생산 공장에 취업해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한벌 제대로 옆눈질 않고 700여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았다.

그러나 이 공장에서 불이 나 기숙사까지 완전 전소되자, 구엔반씨가 장판 밑에 숨겨 뒀던 이 돈은 한 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1천만원이 모이면 귀국하든지 아니면 브로커를 통해 송금해야겠다던 꿈도 함께 재가 됐다. 아침 저녁으로 기숙사 장판밑 돈을 바라보며 타국 생활의 시름을 달랬던 구엔반씨는 망연자실했다.

구미공단 중소 섬유회사에 취업 중인 파키스탄인 압둘라(27)씨는 지난해 말 숙소에 보관해 오던 현금 300만원을 도난당했으나 불법체류가 들통날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고 혼자서 냉가슴을 앓았다. 그는 "얼마 전 반월공단에서 일할 때는 한 동료가 사기를 당해 갖고 있던 500만원을 모두 날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돈을 빌려주면 근무여건이 좋고 월급이 많은 회사에 소개시켜 준다는 꾐에 빠졌다는 것.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이 송금이나 예금을 할 수 없는 제한 때문에 임금을 현금으로 보관하다 잇따라 피해를 입고 있다. 정식 산업연수생들은 직장에서 송금해 주거나 직접 송금도 할 수 있지만 불법체류자들은 자신들 명의 송금이나 예금이 불가능해 거의가 뭉칫돈을 현금으로 보관하다 불에 타거나 절도·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들이 현금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다른 외국인 취업자들이 훔치는 등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더욱이 이들은 피해를 입어도 거의 신고하지 않아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 가톨릭 근로자 센터 모경순 사무처장은 구미공단 4천2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자는 500여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불법체류자들은 돈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우리 센터에도 한달에 평균 60~70명이 해외 송금을 의뢰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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