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트트랙 여계주 4년간 연구한 작전의 성공

"이 한판을 위해 4년을 연구하고 연습했습니다".'최강' 중국을 제치고 쇼트트랙 여자 계주 3연패를 이룬 한국의 승리는 치밀한 작전에서 맺은 결실이었다.

줄곧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리던 한국은 보통 한 명당 '1바퀴 반'을 도는 계주에서 주민진(세화여고)이 상대의 허를 찌르며 '2바퀴'를 돌아 중국이 주자를 바꾸는 사이에 번개같이 선두로 치고나갔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8년 나가노올림픽 직후부터 고민했다는 이 작전은 일면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한 두가지를 신경쓴 것이 아니었다.

일단 중국 대표로 출전할 4명의 주자들을 면밀히 분석해 주자가 바뀔 때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선수를 골라냈다.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나온 '타겟'은 양양S.후반에 체력이 달리고 다음 선수를 미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려 줄곧 2위를 달리던 한국이 승부를 뒤집기에는 적당한 선수로 찍힌 것이다.

그 다음은 양양S와 누가 레이스를 하든지 간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남자 팀이 중국 역할을 맡은 '시뮬레이션' 경기를 지난 여름부터 계속해 와 모두가 이 작전을 몸에 배도록 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작전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

이를 위해 한국은 역정보를 흘리면서까지 중국의 눈을 피해 전지 훈련지를 물색해야 했고, 공식 연습 시간 외에만 몰래 연습장에 나와 이 작전을 훈련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 작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먹혀들어가 8바퀴를 남겨놓고 양양S가 양양A를 미는 사이에 주민진이 간발의 차로 역전에 성공했고 당황한 중국은 다시는 추격의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전명규 감독은 이 작전을 200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딱 한번 썼다고 말했다.당시에도 이 작전은 성공했지만 '다행히' 다시 중국에 추월을 당하면서 2위에 그쳐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이 작전을 주목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전 감독은 "경기중 단 한번 찾아온 찬스를 선수들이 완벽하게 성공시켜 8년간 호흡을 맞춰온 중국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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