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학생이 못 믿는 학교 교육

고교생 100명 중 36명은 학교 교육 내용이 자기 계발, 진로 선택, 대학 입시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교사의 절반과 학생의 60% 정도는 교과서의 난이도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니 우리의 공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중·고 교사와 학생·학부모 5천495명을 대상으로 '학교 교육 위기의 실태와 원인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을 뿐 아니라, 교육 내용이 상급학교로 갈수록 더욱 큰 불신을 사는 현상을 과연 어떻게 풀이해야 할 지 난감할따름이다.

이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초등학생(11.8%)보다 중학생(23.3%)이, 그보다는 고교생(35.9%)이 학교 교육 내용이 크게 도움이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교사의 42.6%가 '실생활과 유리된 내용이 많아서'라고 꼽았으며, 학부모의 26%는 '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지만, 한 마디로 학교 교육이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수요자의 요구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더구나 공교육인 학교 교육이 사교육인 과외에 밀리고, 학교 교육이 학업능력·적성·특기 등과 상관없이 획일적이어서 공부 잘 하는 학생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원칙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여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는 학원 수강이나 개인 과외를 통해 공부하고, 학교 수업 시간에는 다른 참고서를 보거나 심지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빈사상태에 빠진 학교 교육을 되살리는 문제는 국가적 과제다. 그 책임을 교육 정책의 문제나 학교의 낙후, 변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만 물을수는 없다.

이젠 사회 시스템과 연동돼 있는 기존 학교 교육 체제가 정보화 사회에 맞는 교육과정 등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의 질 저하에서 비롯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지름길이 다각적으로 모색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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