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서 불교강연 전재성씨

'삶은 덧없고 목숨은 짧다네. 늙음을 피하지 못하는 자는 조용히 쉴 곳이 없네. 죽음의 두려움을 꿰뚫어보는 사람은, 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고요함을 원하리'. 7일 밤'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의 초청으로 대구에 온 빠알리성전협회 한국대표 전재성(49) 박사는 석가의 원음(原音)이 담긴 가장 오래된 경전 '썅윳다니까야'에 담긴 '무상'(無常)을 이렇게 소개했다.

"옛날에는 늘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어 무상을 느낄 기회가 많았지만, 현대는 죽음이 은폐된 시대로 사람들이 무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전박사는 현대인들이 일상속 타인의 죽음에서 정서적 충격을 받고 자비심을 일으키기 보다는, 영원히 살듯한 착각 속에 탐욕만 키워왔다는 것이다.

"아름답던 옛 연인의 늙어버린 모습에서 무상을 느끼듯 일상에서 무상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기고 베푸는 삶을 실행할 수 있어요".

관념화 된 무상에서 탈피해야 무소유행(無所有行)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 그는 '무소유'란 개념이 하나도 갖지말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는 삶으로 규정했다. 고인 물이 썩듯 가진 것을 나누지 않으면 물질과 정신이 함께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재학시(대불연 회장)에 학생운동을 하고, 삶에 대한 좌절을 겪고, 기이한 종교적 체험을 한 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입학하여 독일로 유학가서 유럽의 어떤 성자를 만나는 등의 항로 끝에 썅윳다니까야를 출간하게 됐다.

"동양사상에 조예가 깊은 '거지 성자'가 행하는 무소유의 삶을 보면서 석가의 희미한 그림자를 발견했으며, 여기서 받은 정신적 감화가 원시불교 연구와 빠알리경전 역경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화재로 장서 3천여권과 원고를 소실하는 아픔까지 겪어가며 10년만에 완성한 썅윳다니까야 전집 11권을 출간한 전 박사는 행원문화재단의 역경상과 뇌허학술상 및 조계종 출판부문 포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처님은 '가진 것이 적은 데도 나누는 삶은 위대하다'고 설파했어요. 성찰을 통해 일상에서 무상을 느끼고 무소유를 실행하는 것이 초기불교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살아있는 가르침이지요".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썅윳다니까야란=썅윳다니까야는 스리랑카.태국 등 남방에 보관돼 있는 빠알리 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가운데 하나로 석가와 제자들간의 2천889개 대화가 생생하게 기록된 경전이다. 따라서 구어체의 빠알리어에서 한글로 직역한 썅윳다니까야는 한문번역에 의한 추상적인 어려움을 피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재성씨는 쌍윳다니까야에 담긴 심오한 뜻을 일반인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1권으로 읽는 썅윳다니까야'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엮어 이달말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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