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보호 일깨우는 책 두권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현대의 인간은 사유를 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해야지만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비지상주의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자연과 자원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소비지향적 삶을 살 수밖에 없을까. '두레'에서 나온 '헬렌 니어링, 또 다른 삶의 시작'(엘렌 라콘테 지음.황의방 옮김)과 '그물코'가 간행한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란 2권의 책은 생각없이 소비하는 우리들의 일상적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헬렌 니어링, 또 다른 삶의 시작'

헬렌 니어링(1904~1995)은 반려자였던 스코트 니어링(1883~1983)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생태지향적으로 살았던 '자연주의자'. 세계가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눈뜨기 휠씬 전인 20세기 전반기에 이미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을 실천한 선구자였다.

그들의 삶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데서 행복을 찾는 20세기 주류 문명 속에서 '더 적게 소유하고 더 많이 존재하는(더 많이 누리는) 삶', 즉 '단순 소박한 삶'이 '좋은 삶'(Good Life)이며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실천으로 웅변해 왔다.

저자 엘렌 라콘테는 1983년 이래 헬렌 니어링의 가장 친한 친구 가운데 한 사람. 헬렌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봐오면서 니어링과 나눈 대화, 그녀의 일화, 그녀의 일기 등을 동원해 헬렌의 영적인 삶의 모습과 내적인 정신세계는 물론 은밀한 사생활까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헬렌을 한명의 '성인'(聖人)으로서 만이 아니라 우리들과 같은 육신과 욕망을 가진 한 사람으로 그려낸다.헬렌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입각한 '좋은 삶'이 소비주의.탐욕.종잡을 수 없는 폭력.사회의 부패.냉소주의.불신 그리고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유가 난무하는 '상업화된 좋은 삶'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녀의 반려자 스코트는 자신의 힘이 아주 사라져 버리기 전에 자유의지에 따라 의식을 갖고 죽고자 했다. 실제 그는 만 100세에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써 인간의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

헬렌은 자신 역시 훌륭한 죽음을 맞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힘이 다할 때 까지 일(농사)을 했고 그러나 욕심을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헬렌도 세월의 흐름(노쇠현상)을 막지는 못했다. 청력, 기억력, 미각 등 신체 기능의 저하에 아주 침착하게 대응해 나갔다.

그러다가 헬렌은 죽었다. 그 죽음은 그녀가 준비해 왔던 죽음과 너무나도 다른 죽음(교통사고)이었다. 저자는 그녀의 죽음 역시 좋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헬렌은 최선을 다해 살았고 최선을 다해 죽었기 때문이다.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보낸 삶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은 헬렌의빛나는 삶과 죽음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다.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

이 책은 서울 중산층에 속하는 평범한 시민 구보씨에게 하루동안 생활을 통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소비하는생활용품들의 이면에 감춰진 생태학적 문제들을 추적해 보여준다.

한국어판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구보씨'의 이름을 빌렸고 내용을 거의 한국의 자료들로 대체해 '한국화'된 것이 특징.구보씨의 하루는 아침에 원두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그가 마신 한 잔의 커피는 콜롬비아의 원시림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그곳에 사는 조류들의 보금자리를 뺏고 커피에 넣는 설탕과 크림은 플로리다의 습지를 오염시키고 대관령 부근 시냇물들을 젓소들의 배설물들로 오염시킨다.

그가 무심코 입는 티셔츠는 어떨까. 원료인 폴리에스테르를 석유에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호흡곤란과 면역체계파괴의 주범인 질소, 유황산화물, 탄화수소 등을 대기 중에 방출해야 한다.

구보씨는 자전거로 출근키로 마음 먹었다. 자전거로 20분 거리에 있는 회사까지 가는 동안 210칼로리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러나 자동차로 출근했다면 1리터의 휘발유를 소비했을 것이고 그것은 자전거 출근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40배에 달하는 8천 칼로리의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됐을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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