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

▨맨 오브 오너

"보일의 법칙을 아나?" "뭐라구요?" "동일한 온도 하에서 이상기체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 그게 왜 잠수할 때 중요한지 아나?" 잠을 자고 있는 칼 브라셔(쿠바 구딩 주니어 분)를 막사 밖으로 끌어내 물통에 머리를 처박으며 선데이 상사(로버트 드 니로 분)는 보일의 법칙이 잠수에 왜 중요한지 물어댄다.

브라셔는 흑인에 대한 온갖 차별을 견뎌내며 잠수학교에서 훈련을 받는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보일의 법칙을 혼자 공부해 깨우치는 브라셔. "보일의 법칙은 변하는 대기압에서 공기의 행동을 알려준다. 100피트 해저의 잠수부가 10피트 위로 올라가면 폐 속의 공기는 4배로 증가한다. 이때 숨을 내쉬는 것을 잊으면 폐는 폭발한다"라고 멋지게 설명한다.

아마 이 영화만큼 보일의 법칙이 중요하게 쓰이는 곳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있다. 선데이 상사가 이야기한 이상기체(ideal gas)는 분자간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고, 보일의 법칙이 완전하게 적용되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기체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존재하는 기체들은 아주 작지만 분자 사이에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보일의 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브라셔의 설명은 틀림이 없다. 100피트(약 30m)의 수면 아래는 4기압(대기압+수압)의 압력이 작용한다. 이때 수면은 1기압. 따라서 4기압일 때 1인 부피는 수면에서는 4의 부피를 가지게 된다. 숨을 내뱉으며 올라오지 않으면 폐의 공기가 팽창해 터지거나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

영화 초반부에 선데이 상사가 잠수했다가 나온 뒤 감압실로 보내지는 장면이 있다. 잠수병(diver's disease, 케이슨병 또는 감압병이라고도 한다)을 막기 위한 것이다. 콜라를 마시기 위해 병을 따면 갑자기 낮아진 압력 때문에 콜라 속에 녹아 있던 기체가 기포가 돼 빠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은 압력 속에 있던 잠수부가 갑자기 압력이 낮은 곳으로 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 혈관 속에 녹아 있던 질소가 기포가 돼 혈관을 막게 되고,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조직이 죽게 된다.

10m를 잠수할 때마다 약 1ℓ의 질소 기체가 더 몸 속으로 용해(기체의 용해도는 압력에 정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되며, 이것은 천천히 수면으로 올라오거나 감압실에서 압력을 줄이는 과정을 통해 배출해야 한다. 기포가 척수나 뇌에 발생하게 되면 신경 마비나 언어 장애와 같은 무서운 병이 올 수도 있다.

구미 진평중 교사 nettre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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