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자국민도 우려한 미 보호무역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아온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마침내 해외 진출 자국 상공업계로부터 정면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23개 미 상공회의소 모임인 아태 미 상의협의회(APCAC)는 오는 21일 정례회의에서 "외국 철강업체에 대한 미 통상법 제201조 발동 등 미 정부의 극단적인 보호무역 정책과 이와 관련된 조치들을 재고 또는 철회해 줄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 미국 기업인이 자국의 무역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시장 경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을 미국 행정부는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APCAC의 주장은 지극히 단순하다. 보호무역정책이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원론적인 설명이다. 특히 90년대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신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미국이 최근 그 효과가 시들해지자 이내 패권적 보호주의로 돌아선 것은 완전히 자기모순이다.

미국의 해외진출 기업은 신자유주의 이념을 거의 강요하다시피하며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는데 미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 변화로 인해 현지로부터 더 이상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주한 미 상의(AMCHAM)도 13일 이사회를 열어 미 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APCAC와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 상의는 얼마전 '기업환경조사 보고서'에서 서울의 비즈니스 환경이 아시아 경쟁도시들 중 최하위라며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나쁜 나라'로 글로벌 수준이 형편없음을 지적했다.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최고 소득세율을 20% 수준으로 낮추고 송금 규제를 폐지하라며 자유 경쟁을 요구한 주한 미 상의였지만 자국의 보호무역정책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보호무역은 이미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여러 선진국들의 반대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를 서슴지 않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의 기회주의적 미국 무역정책은 국제 질서에 심각한 도전이다.

미국은 한쪽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워 세계화를 강요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무역 장벽을 높이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당장 관세율을 철폐하거나 변경하기 어렵다면 조정기간 중에라도 각국 별 사정을 감안, 관세 부과 예외 조항을 만들어 교역국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은 여전히 자유무역 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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