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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엔날레 '철거'논란 매향리 미공군 연습탄 소재 설치작품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이사장 김포천)가 22일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에서 사용된 미공군 연습탄으로 만든 현대미술가의 설치작품을 국방부의 요구에 따라 철거, 오는 29일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특히 국제적인 미술행사에 전시되는 예술작품에 대해 국방부가 폐기된 군용무기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철거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군 복무중인 현대미술가 함모(25)씨가 이달초 전쟁의 공포와 인간의 위기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향리주민대책위'에서 빌려온 120㎝ 크기의 미공군 공대지 연습탄 7개로 제작, 제2전시실 입구 천장에 설치돼 있었다.

국방부의 항의가 잇따르자, 광주비엔날레측은 군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마친 22일 오후 작품을 완전 철거했으며, 그 자리에 새로운 작품을 전시키로 했다.

이날 현장조사를 벌인 군 관계자는 "실제 폭탄으로 작품을 만들 경우 시민들이 군에 대한 혐오감을 가질 수 있고, 작가가 현역 사병이라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비엔날레측이 군 복무중인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 제작을 기획해놓고도, 작가와 작품 보호를 소홀히 한데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비엔날레에 참가한 한 작가는 "현대미술이 사회적인 이슈와 인간 관심사를 표현하는 장르인데도 이를 막은 것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함씨가 군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에 항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작가 함씨는 '자발적인 철거'인지, '압력에 의한 철거'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제4회 광주비엔날레는 29일부터 6월 23일까지 30개국 270명의 현대미술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 일원에서 펼쳐진다.

광주에서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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