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이 봄 되나?

경북도청에 근무하는 엄지호 과장(공무원교육원)은 올해로 20년째 도청 앞마당에 피는 벚꽃을 관찰하고 있다. 꽃잎이 똑똑 떨어지는 날짜를 메모장에 빼곡이 적어왔던 엄 과장은 올해 벚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예년보다 15~20일 이상 빨라진 것. 관찰을 시작하던 80년대 초반만 해도 벚꽃 만개일은 4월 중순을 훌쩍 넘어섰었다.

대구기상대가 기록한 올해 벚꽃 개화일은 3월2일. 1924년부터 79년째 관측해 왔지만 올해처럼 꽃이빨리 피기는 처음이다. 지난 79년 중 3월에 개화한 것은 15년뿐. 1935년과 1948년을 제외하곤 본격적인 공업화가 시작된 1970년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특히 1989년 이후엔 4월 개화는 4회뿐이고, 3월 하순 개화가 10회였다.

벚꽃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도 1925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2월28일 첫 꽃을피웠다. 진달래도 마찬가지. 꽃눈을 맺는 발아일이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빨라졌다. 어느 해부터인가 '꽃피는4월'이 옛 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 중에 갈수록 따뜻해지는 3월이 때이른 꽃잔치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 1966년 이후대구지역의 3월 평균기온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왔다. 1966~1970년의 3월 평균기온은 5.64℃. 그러나 96~2000년엔 8.14℃로 높아졌고, 지난해엔 9.1℃, 올해 3월 23일까지 평균기온은 9.5℃까지 치솟았다. 1961년 이후 최고치다.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민경덕 교수는 "최근 40년간 대구지역에 이처럼 급격한 기온변화가 있었다는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지구 온난화와 도시지역 '열섬효과'가 복합 상승작용을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봄꽃들의 성급함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제11회 경주벚꽃마라톤'을 준비 중인 경주시는 행여 벚나무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축제가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꽃피는 봄축제는 준비 중인 다른 시.군들도 마찬가지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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