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흰머리

중국 양나라의 시인 주흥사. 그는 황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목숨을 살릴 수 있는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천자(千字)를 가지고 하루밤 사이에 시를 지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천재성을 발휘해 천자문을 완성했지만 다음날 아침 황제 앞에 나갔을 때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천자문은 백발서(白髮書)로 불렸다.

◇흰머리는 왜 생기나?

현대 의학으로 이러한 기록이 증명될 수 있을까. 흰머리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세한 해답이 나와있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흰머리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다. 털뿌리의 둥근 끝부분인 모구의 멜라닌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또 멜라닌을 만드는 활성도도 떨어져 모발에서 멜라닌이 사라지면서 흰머리가 되는 것이다.

흰머리가 되는 것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모발 하나 하나를 관찰해 보면 흑색과 백색 사이의 여러가지 중간 색조의 모발이 있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흰색으로 바뀐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두피에 광범위한 원형탈모증과 같은 급성 탈모증이 발병하면 색소를 가진 모발이 한꺼번에 빠지고 흰 모발만 남게 된다. 그래서 갑자기 백발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뜨와네뜨가 혁명주의자들에게 잡혀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에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영국의 토마스 모어도 사형전 하루밤만에 백발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심한 정신적 충격에 의한 급성 탈모증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흰머리는 유전?

멜라닌 세포의 기능저하는 후천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해당 유전인자에 의해 미리 프로그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발의 멜라닌 세포에는 성장 발달 및 소멸을 관장하는 내적 시계(internal clock)란 것이 있다.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흰머리는 인종 또는 개인에 따라 발생시기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흰머리는 백인에게서는 보통 30대 초반에 처음 나타나서 50대가 되면 반수에서 전 두피의 50%가 흰머리로 된다. 흑인은 그 보다 10년 정도 늦은 40대 초반에, 일본인의 경우 남자는 30~34세, 여자는 35~39세에 흰머리가 생긴다. 경북대 의대 모발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에 흰머리가 시작된다.

흰머리는 옆머리에서 시작해 정수리와 뒷머리로 진행된다. 흰머리가 처음 생기고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옆머리다. 흰머리가 처음 생기는 연령이 빠르면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치와 질환

다른 사람에 비해 흰머리가 일찍 나타나는 것을 조기 백발이라고 한다. 보통 백인에서는 20대 이전, 흑인에서는 30대 이전에 흰머리가 나타나면 조기 백발이라고 본다. 조기백발은 우성으로 유전된다. 조기백발은 갑상선 질환, 악성 빈혈,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그리고 몇가지 유전성질환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흔히 대머리라고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이 있으면 흰머리가 드물다는 속설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흰머리가 검은머리 될 수 있나?

흰머리가 드물게 두피의 염증으로 다시 검게 변할 수도 있다.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외측 모근초의 멜라닌세포가 다시 활성화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흰머리에 대한 치료는 아직까지 원인 교정이 아닌 부작용이 적은 염색약을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외측모근초 멜라닌 세포 활성화쪽에서 그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흰머리의 외측모근초에서도 검은 머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멜라닌 세포가 남아 있으며 자외선 조사로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경북대 의대 모발연구센터에서는 유전자칩 등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해 검은 머리와 흰머리 사이에 차이가 나는 유전자 발현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흰머리의 발생원인이 규명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될 전망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김도원교수(경북대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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