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미술관 M&A, 해외분점 시대

미술관/ 박물관들이 비대해지고 있다. 엄청난 예산을 퍼다 부은 결과이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이 계속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이야 사정이 좋아져 잠잠해졌지만, 몇 년전 미국의 경기가 최악일 때 가장 먼저 예산 삭감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 국립예술기관들이었다.

요즘 일본의 사정은 아주 심각하다. 올 4월 도쿄, 교코, 나라 3개의 국립박물관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된다. 문화계에도 말로만 듣던 M&A가 시작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림이 어려워진 탓이다. 일본의 국공립미술관(박물관)들은 올해부터 작품소장 예산이 동결되고, 자립운영을 강요받고 있다.

M&A와 함께 경영합리화,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대두되는 것이 해외분점이다. 맥도날드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만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미술관도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장 열성적인 곳은 미국의 구겐하임재단이다.

얼마전 스페인의 빌바오에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을 세워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경영상 상당한 성공도 거두었다). 빌바오 말고도 베니스, 베를린, LA에도 구겐하임미술관 분관들이 있다. 구겐하임은 이제 남미 브라질에까지 그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현재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육체와 영혼전"은 브라질에 구겐하임 해외분점을 확장시키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소문이 있다. 이 전시회를 위해 구겐하임미술관은 예술품 복구비의 명목으로 브라질의 어느 수도원에 수십만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다.

대영박물관 아시아 분점, 구겐하임미술관 아시아 분점, 루부르미술관 한국 분점… 등이 생길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로얄티에 각종 기념품 판매 수입, 재고를 처리할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사업일 것이다.

또 그런 미술관들로부터 미술관 건축비를 주고 입장수입의 일정량을 로얄티로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분점 사업을 제안받는다면 사업가로서도 미술관 분점사업은 한번 해볼만한 사업일 것이다.

이제 미술관/ 박물관은 국내 지방자치단체들간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적 거인과의 대결을 염두에 둔 경영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박우찬(대구시립미술관 건립전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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