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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 거울에 반사된 고요가

뜨락에 눈부신 한 낮

풋감 지는 소리에 출렁 기울어진 마음이

문 밖에서 서성거린다

담장이나 대문을 온 몸으로 두드리며

마지막 비명을 지른 뒤

고요히 땅에 눕는 풋감, 주워 본다

떨어질 때 다친 상처 말고 아무 흠 안 보이는데

냉정히 버림받은 탱탱한 푸르름

미세하고 단호한 나무의 비밀이 만져진다

나무의 선택에 실수는 없었을까

다산의 수고로움 보다는 한번의 낙하가

서럽도록 푸른 날들

후두둑 나를 훑고 지나간다

-이해리 '풋감 아래서'

풋감이 지려면 아무래도 절기상으로 '입하'는 지나야 된다. 감꽃이 지고나면 애기감이 많이 달리고 생존법칙에 따라 부실한 놈은 떨어진다. 이 지점에 시인의 '미세하고 단호한' 상상력이 발동하고 있다.

시인이 보기에는 아무런 흠도 없는데 그 많은 감 가운데 하필 이 놈이 떨어졌을까, 나무의 실수가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풋감의 낙하를 상처로 파악하는 감정이입을 통해 인간사 생존경쟁의 비정함으로까지 시각을 확장하고 있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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