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해외도피에는 배후가 있다는 소위 청와대 배후설이 최규선씨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다소는 긴가민가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 전 과장이 미국공항에서 6개월짜리 체류허가를 받아냄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쪽으로 더욱 기울어졌다. 정부가 진정으로 최 전 과장을 돌아오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최 전 과장에 대한 여권무효 조치만 취했더라도 미국 행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적 의혹 속에서 이번에는 최 전 과장이 미국 행 비행기 안에서 경찰청 이승재 수사국장과 전화통화를 한 것이 뒤늦게 밝혀짐으로써 더욱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이 국장과 통화는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왜 사흘이나 통화내용을 아무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느냐에 있다.
특히 당시에는 최 전 과장이 왜 도피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경찰청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시점이다. 그런데 최 전 과장은 "혼자 죄를 뒤집어 쓸 것 같아 도피했다"며 도피동기를 밝혔다. 그런데도 이 국장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 국장이 '뉴욕에 경찰 주재관을 보내, 귀국을 종용하는 문제로 정신이 없었고' '가족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 왔기에 가볍게 생각했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 그리고 8분이나 통화하면서 "어디냐고 묻기 전에 전화를 끊어 최 총경이 뉴욕으로 이동중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는 해명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공항 탈출 방조 의혹만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 전 과장은 강남 고급호텔서 대책회의마저 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야당은 "대통령이 권력비리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2선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라는 정치공세까지 취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에 대응하는 길은 성역 없는 수사이다. 대통령 아들이라고 과보호해서 될 일이 아닌 듯 하다. 드디어 침묵하던 시민단체마저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고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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