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 괭이눈, 까치수염, 개망초, 노루오줌, 각시붓꽃, 개쑥부쟁이, 매발톱, 지며느리풀, 여뀌, 동자꽃…. 독특한 우리 야생초의 이름이 흥미롭다. 모규석(75.대구시 남구 봉덕3동)씨.
그는 이런 우리 풀꽃의 아름다움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야생초 전도사다. 지난 199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야생초 동호회인 '대구야생초우회' 결성을 주도한 그는 야생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신명을 바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고희를 훌쩍 넘긴 고령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야생초 강좌와 전시회, 자생지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며 재배법 연구에 손을 놓지 않는 그는 들풀만큼이나 욕심없는 질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령 잊고 답사.강좌.전시회
모씨가 야생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전. 젊은 시절부터 분재와 수석, 난에 심취했던 그는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자연스레 야생초 재배에 귀착됐다. 꾸밈 없는 소박미와 해맑고 청초한 아름다움, 고향에의 향수…. 이런 야생초의 매력 때문에 야생초 재배야말로 취미의 으뜸으로 손꼽힌다.
우리 땅에 자생하는 야생초는 귀화식물을 포함해 대략 2천여종.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야생초는 수백종에 불과하다. 이런 야생초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모씨는 3년전부터 야생초 강좌를 열고 있다.
수성구 연호동 초우농원(053-791-6089)에서 매주 야생초 기초에서부터 실습까지 자세하게지도해주고 있다. 물론 무료다. 노년에 사회에 봉사하고 후배를 양성한다는 기분으로 즐겁게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마다 자문 등 도움
모씨는 대구지역에서 활동중인 10여개 야생초 동호회의 대부격. 각 동호회마다 자문역할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울산, 창원, 포항 등 타 지역의 동호회도 마찬가지.
그의 이런 노력 덕에 매년 두차례 야생초 작품전도 열리고 있다. 최근 대구 약령시 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된한국야생초분경회 연합작품전도 그중 하나. 올해로 19번째 전시회로 대구시내 200여 야생초 동호회원들이 평소 정성들여 가꾼 야생 분경작품들을 선보였다.전국 각지의 야생초 동호회원들도 어김없이 찾아와 분경작품을 관찰하고 배워간다.
회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시간내기가 힘든 남성들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섬세한 감성의 여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 집안 일로 좀체 내면적인 여유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인 안정에 큰 도움을 주는 야생초 재배야말로 현대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라며 모씨는 예찬론을 편다.
"야생초는 고향 잊지않아"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우리의 야생화가 어느 나라의 것보다 아름답다고 소개한 모씨는 통풍과 배수, 햇빛 등이 자생지의 조건과 거의 가깝게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야생초 재배에는 무척 신경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요즘은 산에서 직접 캐오는 산채보다 식물원이나 농원에서 배양한것을 가져다 키우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야생초 재배에 있어 과보호와 방임은 금물. 모씨는 "야생초는 자기가 자란 고향의 환경을 잊지 않기 때문에 재배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 민족과 더불어 이 땅에서 살아온 야생초. 흔히 민초(民草)라고 불리는 야생초를 벗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모씨 곁에는 늘 가녀린 야생초가 그 자태를 살포시 드러내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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