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묻지마 패밀리(31일 개봉)'는 기발하다. 각색.기획을 맡은 장진감독의 색깔(한 템포 늦췄다 골때리게 하는 식의)때문임은 물론이거니와 3편의 단편을 묶은 흔치않은 '국산 옴니버스 영화'인 탓이다. 아니, 흔치 않은게 아니라 '버거운 스토리에 낯선 배우들의 심각한 연기'를 인내해야 하는 '단편영화'류가 전국단위로 스크린을 탄 예는 없었다.
하지만 '묻지마 패밀리'의 관객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신하균, 임원희, 정재영, 류승범 등 알만한 배우가 총출동한데다 아기자기한 '섹션 코미디'니까. "뛰어난 단편영화가 참 많은데, 단독으로는 개봉이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워 3부작 아이디어를 냈다(장진 감독)". 영화 '묻지마 패밀리'는 그러나, 단편영화를 이어붙여 상영시간만 때운 것은 아니다.
'묻지마 패밀리'를 구성하는 3개의 단편은 저마다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다. 같은배우가 다음 다음의 단편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할뿐 아니라, 장진식(式) '기막힌'반전이 관객을 사정없이 웃긴다.
1편 '사방에적'(박상원 감독). 등짝 용문신의 눈이 '드라이버'로 뚫려버린 조폭 두목, 드라이버가 전공인 킬러, 사랑하는 그녀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휘발유로 불사르려는 남자, 상습적 불륜을 일삼는 부인을 상습적으로 뒤쫓는 소심한 남편. 웨이터를 통해 엿보는 한 건물 여관방에서 벌어지는 코미디가 점입가경이다. 감당이 불감당이 된다.
2편 '내 나이키'(박광현 감독). 개인택시 장만하는게 꿈인 아빠와 개인택시 기사 마누라가 꿈인 엄마, 전교 일등이 소원인 큰형, 주먹으로 전교 일등을 해보는 게 꿈인 작은형 등 심상찮은 가족의 일원인 소년 명진의 꿈은 나이키 신발.
명진이는 나이키 신발을 얻기 위해 할머니에게 입에 담지 못할 발칙한 '주문'을 건다. 소년의 상상속에서 자전거 수 백대가 달밤을 날아가는 장면은 ET만큼 감동스럽다. 세 편중 그나마 정상적인 인간이 등장하는가 싶은 3편 '교회누나'(이현종 감독).
교회누나는 말 그대로 '교회누나다운' 이미지다. 독실한 신자든, 크리스마스때 과자 얻어먹으러 갔든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이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청년은 교회누나를 만난다. 그리곤 서로의 감정을 억누른 채 어색한 하루 데이트를 보낸다. 귀대 열차에 몸을 실은 청년은 기차가 조금씩 움직이자 그 동안 참았던 사랑고백을 한다.
여기까지는 통속적이지만, 마지막 반전은 순진한 관객을 여지없이 배신한다. '묻지마 패밀리'는 분명 실험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영화가 다시한번 전국 극장에 개봉되리란 기대는 무리다. 묻지마 패밀리의 전국개봉은 인기배우들의 출연이기에 '상품성'이 있고, '장진'이기에 가능한 캐스팅 이었을테니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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