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월드컵과 지역사회

지난 6월 4일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거둔 본선 첫승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누가 그 가슴벅찬 감격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월드컵대회가 한 순간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잠들고 있던 애국심을 자극하고 국가적 자부심을 일깨워주었다. 때문에 2002년 6월의 월드컵대회는 오랫동안 우리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월드컵에 대한 국민이나 언론의 주된 관심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올릴 성적인 것 같다. 2002 월드컵대회의 개최가 확정된 이후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은 온 국민의 절대적인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이번 월드컵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월드컵경기가 열리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보면 대표팀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과연 월드컵경기의 유치가 대구·경북지역에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역사회가 투입한 비용은 엄청나다. 월드컵 대구경기장을 건설하는 데만 3천억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대구시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비용은 앞으로 두고두고 대구시 재정에 커다란 압박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 이 외에 가로정비에 들어간 경비 등 그 밖의 비용까지 생각하면 6월 6일, 8일, 10일, 29일 단 4번의 경기를 위해 엄청난 경비를 투자한 셈이다. 물론 월드컵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월드컵 경기장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 시설은 시민을 위해서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3천억원 가까운 비용이 이번 월드컵경기를 위해서만 사용되었다고 한다면 논리의 오류라고 비판받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월드컵경기를 대구에 유치하지 않았다면 그 막대한 돈이 투입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월드컵 경기의 유치를 물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들어간 비용만큼, 아니 들어간 비용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어내자는 것이다.

월드컵경기를 유치함으로써 많은 관광객이 대구를 방문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일정한 경제적 이득을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6월6일의 세네갈-덴마크 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경기장의 많은 빈자리는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월드컵경기의 유치에 따라 간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보다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월드컵대회의 개최는 무엇보다 나라 전체적으로 개방적인 안목과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 당장 국가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된 태도가 그것을 증명한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개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월드컵대회는 지역사회의 폐쇄성을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 지역사회는 폐쇄적인 구조에 안주해왔고 그 결과 하루가 다르게 낙후되어 왔다. 지역사회의 폐쇄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뒤떨어진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다.

그러나 월드컵경기의 유치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할지라도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마침 지역사회의 지도자를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과업을 부여받고 있다. 돈은 돈대로 쓰고서도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지역사회를 빚의 구렁텅이로 빠트릴 것인지, 아니면 월드컵경기의 유치라는 기회를 제대로 살려 지역사회를 정말 국제적인 도시로 한 단계 높여나갈 것인지 말이다.

6월 29일이면 월드컵경기의 대구 일정이 모두 끝나게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월드컵경기의 개최가 일과성 행사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지역사회의 혁신을자극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인지는 지역사회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우리들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 월드컵경기를 위해서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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