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통쾌한 결승골을…

지금 우리는 두개의 축제속에서 흥분과 좌절의 틈새를 넘나들며 뜨거운 6월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지구촌 60억명의 대잔치인 월드컵과 우리의 참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싱그럽게 느껴지는 푸른 잔디위를 누비는 축구스타들의 맹활약에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반면에, 내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는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냉소만 흘러 양대 축제의 분위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열린 월드컵 D조 한·미전이 벌어졌을 때 전 국민은 혼연일체가 돼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고 외치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이날 전국의 상당수 학교와 기업체들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응원을 위해 단축수업이나 휴무를 실시, 온 나라가 월드컵 축제 열기속으로 푹 빠져 버렸다. 4천700만이 하나가 돼 '미국 격파'의 함성을 질렀다. 희망의 외침이었다. 모든 욕구와 시름을 분출하는 격정적인 장면이었다.

월드컵이 엮어낸 이같은 열광적인 응원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사회·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응원 인파들이 등 떠밀려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엄청난 결집력을 엿볼 수 있었으며, 한민족의 동질감과 소속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천명의 병력을 동원, 만약의 사건·사고에 대비해 경계·경비를 강화한 경찰에게 안도의 한숨을 짓게 한 성숙하고 질서정연한 응원매너가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내일(13일)은 새천년의 미래를 좌우하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활력을 잃고 무기력한 정치와 행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감 때문에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드컵 열풍에 휩싸인데다 선거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으로 신성한 주권행사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권자는 42.7%로 나타나 투표율 저조를 예고하고 있다.

지자체의 살림을 꾸릴 책임자를 뽑는 선거에 유권자들의 절반이하만 참여한다면 주민 대표성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욱 뿌리를 내려 지방분권과 주민참여가 활성화 돼야 할 '풀뿌리 민주주의'가 일대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50% 이하의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과연 떳떳하게 주민들의 '대표인물'로 활동할 것인지, 이를 외면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태도가 어떻게 표출될지는 뻔한 이치일 게다.

결집력의 상실. 바로 이 점이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지방의 위상을 더욱 위축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선관위와 시민단체들은 월드컵에 묻혀 사그라지고 있는 지방선거의 불씨를 살리려고 방송·신문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투표참여를 촉구했다.

'투표하고 축구를 보자'고….

선거를 통해 심판을 제대로 내려야 '자격없는 사람'이 당선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흑색선전·비방·인신공격 등 구태의연한 작태에 신물이 나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공약·도덕성·자질 등을 검증, 똑바른 인물을 뽑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선거공보를 차근차근 살펴 진짜 살림꾼을 선택,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월드컵의 흥분과 지방선거에서의 냉소와 무관심의 분위기를 잠시 바꿔보자. 내일과 모레 이틀간은 우리들의 '뭔가를 보여주는 날'이다.

13일은 투표장에서 '내고장 참일꾼'을 선택하고, 14일은 인천에서 '한국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다.

우리 모두 양일간 명쾌하고 통쾌한 '결승골'을 날려 '오! 대~한민국'을 외치자.류해석 편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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