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주목되는 美 경제 불안

월드컵 4강 진출로 온 국민의 이목이 축구에 쏠려있는 동안 미국경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예상을 뒤엎고 강한 회복세를 보인 미국 경제는 최근 증시.달러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다시 한번 침체국면에 빠진다는 '더블 딥'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들뜬 분위기를 생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면서 세계적 경제 불안에 대한 차분한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지난 1/4분기 5.6%의 성장률에도 불구, 막상 미국 경제의 뚜껑을 열어보니 500대 기업 순이익이 12%나 감소할 정도로 실속이 없었다.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GDP의 5%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고 무역적자는 지난4월 350억 달러로 11년만의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나빠졌다.

특히 엔론 사태 이후 도덕적 해이가 문제화되면서 미국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외국자본의 이탈은 심화되고 있다. 고실업에다 소비 부진으로 경기 회복의 원동력마저 잃고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거시지표의 악화는 주가하락과 달러화 약세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다우지수는 9천200대로 내려앉았고 24일 원.달러 환율은 1천213원으로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신경제를 이끌어왔던 '강한 달러'전략이 무너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경제 불안은 수출회복을 통해 상승세를 유지하려던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내수 주도로 회복된 국내 경기가 2/4분기부터 수출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거품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늘지않는 상태에서 가계부채는 가구당 2천500만원을 넘어섰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취약한 우리 경제의 내부 체질을 감안하면 미국발(發) 악재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월드컵으로 고양된 국가 및 기업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욱 죄면서 외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탄력적인 거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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