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세계 축구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어진 평준화 추세를 보였다.어떤 팀도 맘놓고 상대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대회 전체를 지배했고 비슷해진 전력의 평행선은 연쇄 이변의 사슬과 맞물렸다.
한국과 터키는 일약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고 덴마크 등 유럽 중위권 팀들은 프랑스 등 유럽 상위권 팀 수준으로 진격했다. 또 아프리카의 맹주가 나이지리아, 카메룬에서 세네갈로 교체됐다.
세계 축구는 이제 '이름값'으로 전력을 결정짓던 시대가 가고 박빙의 전력 차와 예측불허의 승부만이 남았다. 개막 전까지 한국과 터키는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한국이 주최국의 이점이 있고 터키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겠다는 평가 정도였다.
그러나 두 팀은 나란히 4강 신화를 창조하며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부로 파고 들었다.조직력과 압박, 체력과 스피드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 한국과 터키의 선전은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한페이지를 장식했다.
둘 다 48년 만에 기적적인 신화를 연출한 점이 닮았고 유수의 전통강호를 벌벌 떨게 했던 점도 같았다.덴마크와 스웨덴, 아일랜드 등 유럽 중위권의 팀들은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등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를 종이 한장 차이로 줄였다.이들 팀은 예상대로 16강에 올랐지만 이들의 약진은 심상치 않았다.
덴마크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벼랑 끝에서 떨어뜨리는 대반란을 주도했다. 스트라이커 욘 달 토마손은 대회 중반까지득점 선두를 달리며 골 페이스를 이끌었다. 거친 압박과 강인한 체력을 앞세운 덴마크는 이름만 믿고 덤볐던 강국들과의 경기에서 잇따라 이변을 연출해냈다.
스웨덴은 '죽음의 F조'에서 생존관문을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이변이었다. 스웨덴의 16강 진출은 곧바로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탈락으로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지긋지긋한 바이킹 징크스를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다크호스의 진면목을 발하며 이번 대회 가장 박진감 넘친 경기를 보여준 팀으로 자리잡았다. 승부차기 끝에 패한 스페인과의16강전은 일진일퇴로 이어진 유럽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세네갈은 아프리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주전 23명 중 21명이 프랑스 르샹피오나리그에서 뛰는 '리틀 프랑스' 세네갈은 개막전에서프랑스를 물리치는 돌풍을 일으키며 8강 고지를 점령했다.
반면 월드컵, 올림픽무대에서 10년 이상 검은 돌풍을 주도해온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세네갈에 맹주 자리를 고스란히 내줘야 했다. 죽음의 조에서 고투한 나이지리아는 힘이 부쳤고 거친 플레이로 일관한 카메룬 역시 독일, 아일랜드의 유럽 벽을 넘지 못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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