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이후-성숙한 시민의식

경기장 안팎의 흐트러짐 없는 질서의식,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 한국의 참모습을 느끼게 해준 홈스테이,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외국팀 응원 서포터스 등은 한국 월드컵을 72년 월드컵 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대회로 전세계인들의 가슴속에 기억되게 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또 이같은 시민의식은 전체적인 국가발전을 최소 10년 정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한국인들은 월드컵이 끝난뒤에도 한국을 한번 더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국민들이었습니다".

60억 전세계 축구팬들의 대축제인 월드컵 기간동안 한국인들의 친절함과 성숙한 시민의식, 자발적이고 질서정연한 응원문화를 직접 지켜본 외국인들은 '원더풀'과 '뷰티풀'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참여 의식은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과 함께 '성공적 대회'라는 평가를 받는 주역이 됐다.한 외신기자는 우리의 길거리 응원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모든 거리가 붉게 물드는 거대하고 질서정연한 응원모습에 놀랐고 경기가끝나고 그들이 돌아갔을 때 응원하기 전보다 거리가 더 깨끗해졌다는데 또한번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역이 온통 붉게 물든 지난 25일 한국-독일전때 대구 범어네거리 응원전에 참여했다는 김희태(55·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한국이 석패했지만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질서정연하게 시민들이 귀가했고 자발적으로 거리를 청소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시민들의 의식이 세계 4강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 것을 지켜보면서 가슴 뿌듯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자랑스럽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 너무 기쁘다"고 흐뭇해 했다.

지난 29일 한국-터키 3, 4위전은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응원 및 시민의식의 극치였다. 터키팀 국가 연주시 우리가 손수 제작한 대형터키국기가 경기장 상단에 펼쳐졌고, 우리가 졌지만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함께 뛴 22명의 양국 선수들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영국에서 왔다는 미첼 하워드(38)씨는 "이제까지 월드컵에서는 승리에만 집착하는 유럽, 남미 국가들의 모습만 봐 왔는데 오늘 경기는 두팀 모두 진정한 승리자로 올라선 감동적인 경기였다"며 "스포츠를 진정 즐길 줄 아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전세계인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팀 세계 4강 신화 창출의 1등 공신인 붉은악마들의 응원은 전세계에 '월드컵 문화혁명'으로 비쳐졌으며 안으로는 정쟁,분열과 갈등, 지역주의 등으로 흩어졌던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묶는 동인이 됐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적 냉전논리에서 벗어나 개방화, 민주화됐다는 증거"라며 "월드컵 기간에보여준 젊은세대들의 응원 모습은 기존의 집단주의적 동원과 달리 자발적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또다른 공동체 문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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