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월드컵과 깽판

솔직하게 2002 FIFA월드컵은 공식적으론 한·일공동개최대회였지만 결과적으론 '한국월드컵'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세계축구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대한민국팀이 '4강신화'를 이룩한 반면 일본은 16강에 머무른게 그 근본원인이 아닐까 싶다. 한국팀이 8강·4강·준결승을 치르면서 한달내내 세계언론은 한국에 그 포커스를 맞췄고 일본은 '닭쫓던 개'신세로 운동장만 빌려준 형국이 돼 버렸다.

▲그러니 심지어 요코하마에서 열린 브라질·독일이 치른 결승전마저 이미 승부가 점쳐진 상황이라 세계인들의 주목을 그렇게 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열린 개막전은 세네갈이 프랑스를 꺾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의외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한국팀이 이번 대회 최고인기팀으로 선정되고 홍명보가 칸, 호나우두에 이어 브론즈상까지 차지한 경기결과도 한국판이었다. 무엇보다 붉은악마를 필두로 최대 700만명이 펼친 장외응원은 세계언론의 극찬의 대상이 되면서 동방의 '하찮은 나라'한국이 '대단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그 대단원이었다.

▲이쯤 되면 공동개최국인 일본입장에선 은근히 부아가 치밀고 시샘이 나는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또 한·일 양국의 미묘한 정서나 자존심문제까지 겹치면 더더욱 배가 아플 일이거늘 정작 일본인이나 언론은 침착하게 "우리몫까지 보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면서 한국팀의 선전에 극찬과 응원을 함께 보냈다. 일본의 성숙된 국민의식의 발로이자 이번 월드컵의 최대 결실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번 월드컵은 일본이 세계축구계를 좌지우지하던 아벨란제 회장을 구워삶아 단독개최로 거의 결정된 마당에 우리가 뒤늦게 뛰어들어 결국 '공동개최'로 대세를 뒤집은 것이다. 이런 배경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일본은 속이 뒤집힐 일이고 우리 입장에선 좀 미안한 일이 돼버렸다. 문제는 일본 단독개최를 뒤집은 명분이다.

▲분단 한국에서의 월드컵개최는 세계평화에 FIFA가 크게 기여하게 되는 것이고 그게 성사되면 아벨란제 회장의 노벨평화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우리측 주장이 먹혀든 결과이다.

그러나 잘만 됐으면 서울·평양을 오가며 열렸을 월드컵축제가 북한의 총격으로 마지막을 피로 물들였으니 이러고도 우리가 동족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런 판국에 비료 주고 식량 주고 돈을 주는 '햇볕'을 계속 쬐줘야 한다는 말부터 하는 우리정부 관계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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