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의 시장 선거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후보 열세명이 연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만만했기 때문에 연설이 길었고 이들의 장광설을 듣느라 기진맥진한 청중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갔다.
드디어 어둠이 깔린 연설회장에 마지막 남은 한사람의 청중을 상대로 열변을 토한 후보가 "참 고맙소. 나의 심오한 경륜을 혼자서 끝까지 들어 주시다니…"라며 악수를 청하자 그 청중왈 "뭘요, 나는 당신 연설을 들은 게 아니라 연설 차례를 기다린 마지막 후보란 말요…" 했다던가.
▲우리들이 갖고있는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는 '니글니글'함 바로 그것이다. 거짓말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나 하면 되레 남에게 덤터기를 못 씌워 안달하는 그런 부류들이다. 이처럼 정치인을 거짓말 잘하고 성실치 못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풍조는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들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저들이 저속한 선동 정치꾼(Politician)과 정직·성실한 정치가(Stateman)로 구분해서 부르는 것부터 얼마나 저속한 정치가 판을 쳤으면 정치인을 지칭하는 어휘부터 이토록 구분돼서 사용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면 우리 정치에는 아무리 좋게보아도 정치가(Stateman)는 한명도 없이 정치꾼(Politician)들만 득실대며 판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지난 5월29일이후 40여일간의 '식물(植物)국회'를 거쳐 가까스로 원(院)구성을 한 국회가 벌이고 있는 작태를 보면 아무래도 찜찜하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국민을 두려워할줄 아는 그런 정당이라면 그동안 세비 타먹고 빈둥거린 게 미안해서라도 '현안문제'부터 다루고 매듭을 짓는 게 당연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염불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8·8재보선'과 '연말 대선'이라는 젯밥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국회 본회의가 시작하기 무섭게 '권력형 부패' 공방과 '이회창 후보 5대의혹'으로 네거티브식의 상대당 헐뜯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아무리 좋게 봐도 민생국회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의혹이 있다면 파헤쳐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서해 패전(敗戰),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값로비, 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등 초미의 현안문제는 곁가지로 미룬 채 또 다시 의혹이니 부패니 하면서 이미 여러번 되풀이된 문제들을 재탕 삼탕하는것은 참으로 불성실한 모습이다.
어찌 보면 양당 모두가 얼마나 뒤가 캥기면 어느 한쪽이 문제를 제기하기가 무섭게 맞불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국민의 입장으로선 불신만 깊어지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헐뜯더라도 '말 같잖은 소리'쯤으로 일축하고 민생을 챙기는 의연함이 지금 우리 국회에는 없는 것만 같다. 그래서 국회가 '꾼'들의 집합체로 비쳐보이지나 않을는지 걱정스런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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