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교전과 관련해 25일 '유감'을 표명하고 장관급 회담을 제의한 시점이 절묘하다는 지적이다.해당 내용을 담은 김령성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 발송은 우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 개최 엿새를 앞두고 이뤄졌다.또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남북한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은 물론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교전 한달을 바로 앞둔 시점에 나왔다.
이는 이산가족 금강산 순차방문 직후인 지난 5월 이후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무산, 6.29 서해교전, 미국측의 특사파견 철회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꼼수' 내지는 이른바 '벼랑끝 외교전략'으로 비칠 수도 있다.북측이 '우리식 주체' 자존심을 꺾고 사실상 사과 수준의 '유감'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할만한 시점을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선 러시아 이고리 이바노프 장관의 남북한 방문을 틈타 북한이 그 동안의 악재를 단기간에 털어버리고 남북관계개선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서해 항공로를 이용한 8.15 북한 대표단의 서울 방문 일정이 이틀전 합의됐고 정전협정 체결 49주년(7.27) 이틀전 시점에서 대남 유화정책 제스처가북한의 이미지 쇄신에 좋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ARF 외무장관회의 기간 남한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단기간에 총체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효과도 노린 셈이다.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의 회담은 이미 합의된 상태고, 북측의 유감 표명을 긍정 평가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 가능성도 더 열리게 됐다.
북측이 남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데는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내부적 걸림돌로 작용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측과 일본에서 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서해교전으로 남측에서 남남(南南)갈등이 불거지고 대외관계도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유화적인 제스처가 나왔다"면서 "경제난 등으로한계에 봉착한 북한이 경제개혁 등 내부개선 조치와 동시에 남한을 포함한 대외관계 개선에도 서둘러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남측에서 (연말에)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상황을 북측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 시점을 (대남 전략상) 유화 제스처 최적기로 본 것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다분히 전격적인 성격을 띤 북한의 서해교전 유감표명과 남북 당국간 회담제의 배경에는 한반도 정세를 예의 주시하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주변국은 물론 당사국인 남.북한 정보기관들의 정세판단과 상호 비공식 물밑접촉이 주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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