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 한때 표결 보이콧

28일 장대환 총리 지명자 인준안 부결은 예상대로였지만 충격은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도 미쳤다. 한나라당은 인준안 부결 직후 "정실과 오기에 따른 예고된 참극"이라고 했으나 승리에 들뜬 모습이 아니었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총 투표수 266표 중 가(可) 112표, 부(否) 151표, 기권 3표로 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하자 서청원 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뭔가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고 이회창 후보는 투표 직후 자리를 뜬 상태였다.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잘 됐다"는 말이 간간이 흘러나왔으나 오히려 담담한 표정들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격렬히 비난하며 이날 하루동안에만 세차례 긴급 의총을 갖고 "1당 횡포의 서곡"이라며 흥분했지만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 한화갑 대표는 의총장에서 "국정혼란과 집권욕에 눈이 먼 당리당략의 정당임을 보여줬다"며 "병풍의혹 규명에 진력하자"며 소속의원들을 다독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될 만한 사람을 내놓고 통과시켜 달라고 해야지 않느냐"는 자성론이 제기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만은 막아야 한다"며 항전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0...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총리 인준안 처리에 '자유투표' 방침이 우세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찬성 당론'으로 돌아서고 자민련과 무소속에서 가표가 많다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황급히 전략을 수정했다. '

거대 일당'의 반대에도 불구, 인준안이 가결될 경우 지도부를 비난하는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나아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병풍공방'에서조차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 도중 지도부와 구수회의를 가진 뒤 "국민을 무시하고 장 지명자를 임명한 청와대에 책임이 있다. 떳떳이 부결시키자"며 '반대 당론'을 결정했다.

0...한나라당의 부결 당론을 접한 민주당이 본회의 진행중에 회의장을 떠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재차 의총을 소집, 한나라당에 맞설 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정균환 총무는 "국정혼란으로 제2의 IMF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심각한 사태다.

당력을 기울여 국정마비를 막자"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현실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또 이상수·정범구 의원 등이 "당당하게 표결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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