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미티지 訪日계기 관심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일본에 온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 부장관의 방일 행각을 계기로 일본의 지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아미티지 부장관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미국이 실제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내부 입장을 서둘러 정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오는 12일 뉴욕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미티지는 어떤 인물인가=부시 정권의 대표적인 친일파 인사인 아미티지 부장관은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앞두고 일본에 급타전된 '깃발을 보여라'(Show the Flag)라는 워싱턴발 발언으로 일본 언론에 크게 회자됐던 인물.

당시 고이즈미 정권은 '자위대를 파견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졌던 그의 이같은 발언을 빌미로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급조해 자위대의 첫 전시 해외 파견으로 치달았다.

◇아미티지의 방일=아미티지 부장관은 이틀간의 이번 방일 기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비롯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 장관,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청 장관, 연립여당 간사장 등을 두루 만났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면담을 처음에는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가 아미티지 부장관의 실토로 뒤늦게 면담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아미티지 부장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도 가지고 왔다.

아미티지 부장관의 이번 방일 행각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이나 이웃 국가를 공격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필요하며 미국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되는 듯하다.

직접적인 지원 요청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이 언젠가는 이라크 공격에 대한 결정을 내릴 테니까 그때를 각오해 지원 여부와 내용 등을 미리 검토해 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일본측의 반응=이라크 공격 지원에 대한 일본내 여론은 현재로서는 반대론 내지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공격과는 성격이 기본적으로 다른데다 현행법상으로도 이라크 공격 지원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중동을 중시하는 일본 외교도 신중론에 한몫을 하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씨 등 전직 총리들도 신중한 처신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진언했고 총리의 외교 자문 기관격인 '대외관계 태스크포스'도 같은 주문을 했다.

자위대의 아프간 파견에 선봉 역할을 했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도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28일 방송 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국제사회의 동조를 얻는 편이 바람직하며 미국만의 단독 행동은 세계의 대미 불신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고이즈미 총리는 반대 입장을 확실히 표명해야 한다는 사설을 싣고 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아미티지 부장관과의 면담에서 일단 이라크 공격에는 유엔 결의와 아랍권의 이해가 선결돼야 하며 설사 미국이 단독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아프간 공격 지원때와는 달리 자위대 함정 파견과 같은 전면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아프간 공격 지원용인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이라크 공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그렇다고 새 법률을 제정하는 것도 국내 여론상 설득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어쨌든 미일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고이즈미 정권으로서는 신중론이 주류인 국내 여론과 미일 동맹 관계 유지라는 '지상명제'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고이즈미 총리가 미일 동맹을 우선시해 섣불리 이라크 공격 지원쪽으로 치달을 경우 정권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화를 자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일본으로서는 미국이 끝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할 경우 지지는 표명하되 지원은 자금 협력과 같은 제한적인 형태로 국한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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