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음(陰)일까 양(陽)일까?
음양학설은 동양철학의 뿌리가 되는 주역을 비롯해, 사주.관상.점술.택일 등 우리 문화 전반에 쓰이고 있다. 한의학의 음양학설도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의학적으로 활용하는 이론.
그러나 고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을 경우 음양론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사물을 음양으로 나누려 달려들게 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음양을 뒤바꾸거나 뒤섞여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심지어 음양의 양면성을 터무니 없는 궤변이나 궁색한 변명의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원래 음양의 개념은 밝고 어둡다는 '명암'에서 비롯됐다. 그 후 따뜻하고 차가운 온도 개념까지 포괄했으며, 점차 확대되면서 자연계를 대표하는 천지(天地)를 상징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이때문에 음양론은 우주자연의 생성과 관련된 우주생성론에도 활용되고, 과정에서 자연계의 모든 사물이 음양 개념으로 해석됐다. 또 결국엔 두 종류의 괘(卦)로 상징화돼 '역경'의 기본적 사상으로 발전했다. 요즘 사상의학이 유행하면서 자신의 체질이 음인지 양인지 궁금해 하거나 혹은 음양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알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음양을 두부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다. 음양은 각각의 사물에 절대적으로 고정돼 있는 개념이 아니다.옛 사람들은 음양 개념을 처음 도입할 때 자연 현상 중 가장 현저한 변화인 하루의 밤낮을 기준으로 삼았다.
밝은 낮은 양, 어두운 밤은 음으로 여겼던 것이다. 또 한 해의 따스한 봄과 여름은 양, 서늘하고 차가운 가을과 겨울은 음으로 보았다. 하루 혹은 한 해를 관찰 범위로 해 명암 혹은 온도를 기준으로 나누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와서 그런 범위와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봄이 음이냐 양이냐'를 따진다면 답을 내릴 수 없다. 봄의 경우 따스함을 기준으로 하면 양이 되지만 무더운 여름보다 시원하다는 기준으로 볼 때는 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을 이야기할 때는 어떤 범위와 기준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분류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이는 음양학설을 이용하는 한의학에만 국한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이와 관련된 경우가 있으므로 매사 항상 그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뚜렷한 자신의 기준을 갖고 사물을 판단한다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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